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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의저편 Dec 24. 2023

펄벅 [대지]

우린 땅에서 태어나서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땅이란 무엇인가?'에 고민을 하고, 밟고 있는

 땅을 내려다보고, 손 등 만한 작은 텃밭이

있는가 하면 광활한 만주벌판 같은 끝이 없는

땅이 있음을 새삼 느껴보았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땅을 보고 딛고 감상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 책을 처음 읽은 것 같다.

당시는,

"그래, 중국인은 땅을 참 좋아하는구나."

 "대륙이 그렇게도 넓디넓은데 여전히 땅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고, 여주인공 '오란'의

죽음에 안타까움만 더했던 시절이 있었다.


 수 십 년이 흐른 지금의 '대지'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대지를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토지'와 '대지'를 비교해 볼 수 있을까?

길상과 왕룽을 겹쳐 볼 수 있을까?

서희와 오란은?  나와 그들은?

그리고 대항해 시대의 영. 청 관계의 대륙이

지금의 AI시대 미. 중 관계로의 대륙은?

이 책은 많은 생각을 던지는 묵직하고도

여운이 깊은 책이었다.


 땅은 변함없고 오직 그 위를 지나는 세대와

그들의 삶만이 돌고 도는 수레바퀴 인생 굴레가

던져진 것이라며, 땅은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땅은 또 연극무대라고, 그 무대 위에서 무엇의

파노라마가 펼쳐진 들 땅은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라고.

한 세대는 지나가고 다음세대 가 오고 그다음이 오고... 대지는 그들의 무대일 뿐이라고.

어찌보 면  변함없는 대지를 신 God라

비유한다면 천박하다 할까?


신성한 이 대지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영구한 이 토지 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자문에 파편을 뿌려본다


 저자 '펄벅'은 중국 선교사인 부모님으로

인해 중국에서 자랐다.

광활한 대지는 그녀에게 이런 삶의 인문학을

소개하고, '대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까?

펄벅의 시선은 대지위의 민중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 책을 쓰려고 했던 것일까?

물음이 넘치는 책 한 권이다.


왕룽은 물을 그릇에 조금 따르더니 잠시 후에는

부뚜막에 얹어놓은 오지항아리를 열어

말라비틀어진 찻잎 십여 개를 꺼내 물 위에 뿌렸다.

노인의 눈이 탐욕스럽게 휘둥레졌고, 당장

그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너 왜 그렇게 낭비가 심하냐?" 차를 마시는 건 은 silver을 먹어 치우는 격인데." 


'차를 마시는 건 은을 먹어치우는 격인데'

(책 9페이지)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마실거리가 흔하디 흔한 지금의

나는 매일 은과 금과 비트코인을 먹어치우는

격이 되고 있었단 말이었다.

차는 silver 금은 coffee 비트코인은 coke 가 될 테니 말이다.

은과 비트코인은 몰라도 금은 포기 못할 것 같다

(쓴웃음).

검은색 커피를 마시는 것은 참 축복된 일이다.


 당시 시대를 알고 보면 펄벅의 대지가 더

생생히 다가온다.

청나라 말기쯤 될 것 같다. 은이 통화의 정점에

있고, 아편이 시중에 유통되고, 목탄 차량과,

선교사의 활약이 있는 시기로써 서구의 아시아

식민통치가 최고조에 달한 이빨 빠진 청나라 말기의 나약했던 시기. 그 시대에 펄벅은 땅을 파먹고 사는

민중을 보았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문물에 길을 잃은 도시의 휘황찬란함 속

여러 민중을 목도했다.


 땅 파먹는 민중으로 왕릉은 땅을 일구었고

그의 아내는 아이를 낳고도 땅으로 갔다.

그들은 한 줌의 흙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한 줌의 땅은 갈라지고 메마르기도 했다.

가뭄이 휩쓸어간 대지를 두고 그 가족은 남쪽

다른 민중이 사는 대도시로 내려가 생명을 이어갔다.

그 가족의 생명은 보존되었으나 왕릉은 생각했다.

"우린 대지로 돌아가야 해". 그에게 대지는

고향 그 이상 이었던 것이다.


 왕릉의 바람이 커서 하늘은 그에게 고향으로

가게 해줬고, 대지는 큰 부를 선물했다.

더 이상 땅을 직접 파지 않아도 될 만큼

은화가 집안에 넘쳐났다. 곡식과 부리는

일꾼과 땅도 넘쳐났다.


 그의 삶은 또 다른 인생여로를 만들어갔다.

그의 땅이 한 줌이던 시절 그는 베풂을 모르는

부호를 경멸했고 동경했다. 하나 그가 그 자리를

취했을 땐 그도 결국 그들의 길을 걷고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다. 사람은 변한다. 내면도 변한다.

이상할 것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땅을 소중히 여기는 생각은, 그의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땅에서 나오는 풍요의

감사와 경의에 대한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이다.


 한 남자가의 인생여로가 대지위에 펼쳐진

연극 한 편 본 느낌이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나는 제삼자의 시선으로  

안전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의 삶을 부요하게 해 준 변함없는 대지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아버지가 평생일군 거친 땅을 생각하노라면

그 땅은 나의 어린 시절 땀을 거름 삼아 여전히

누군가를 위해 풍요를 만들고 있었다.

땅은 변함없이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땅은 아버지와 어머니, 나의 가족들이 땅에

헌신한 고마움을 고스란히 빨아들여 풍요의 산물을 변함없이 생산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땅에서 태어나고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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