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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의저편 Dec 25. 2023

박노해 [다른 길] .하

사람의 삶에 베긴지난한 사랑을 찾아서

다른 길'의 사진 에세이집에는 수많은

소중한 사진과 짧은 단상의 에세이가 가득 하나,

내가 나누고픈 몇 개 만을 추려 보았다.

사진출처-박노해 사진에세이 '다른 길' 254페이지


"인디아에서 가난한 여자로 산다는 건

카스트 위에 또 하나의 카스트를 이고 사는

것이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해야만 하는

여인들.

그러나 한낮의 태양이 태울 듯이 내리쬐는

들녘에서도 우아한 동작으로 노래를 부르며 유채를 수확한다.

인디아에 신(God)이 있다면 이들 여성

농민들이 아닐까"


고된 노동을 해야만 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God)을 발견하는 그의 통찰에 기가 막혔다.

신(God)은 현실과 먼 관념도, 상념도 아닌 실제

우리의 가까운 삶에, 우리가 미쳐 깨닭지도 못한

현장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려주는 그의 영성에

한동안 깊은 침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사진출처-박노해 사진에세이 '다른 길' 274p


"인디아 여성 농민들은 논밭에서 맨발로 일하고,

흙길에서도 맨발로 걷기를 좋아한다.

신발을 살 여력이 없어서 아니다.

대지는 인간을 품어 기르는 신성한  몸이기에.

맨발로 정중한 입맞춤을 하는 게 도리인 것이다.  

맨발에는 금과 은으로 된 발찌와  발가락찌로

정성을 다해 치장하고 늘 청결하게 씻는다.

만족이란, 발이 흙 속에 가득히 안기는 것.

대지에 뿌리박은 삶에서  행복이 차오르는 것이니"


나는 유난스러운 인디아인의 맨발의 이유를

이 사진을 통해 이해하게 됐다. 시간의 허락하에

나는 집 근처 숲공원으로 종종 향한다.

최근 들어 맨발로 숲공원을 거니는 산책가들을

자주 본다. 가공된 신발보다는 본연의 맨살로

대지를 접촉하고 느낄 때의 형용할 수 없는

산뜻함이 있어서 이리라.

나도 신발을 벗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리는 마음에 멍하니 산만 바라볼 때가 있

다. 신발을 벗고 걸으면 대지의 뿌리박음의

신성함이 삶에서 행복으로 차오른다.

단지 심상만으로도 이렇게 벅찬 충만함이다.


인디아의  꽃 농장 인부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

짜이와 함께 한다고 한다. 짜이를 동료와 함께

마시며 "동료란 경쟁 관계가 아닌 '좋은 벗'

임을 알아간다"


 나는 아침을 짜이(Tea) 대신 커피와 함께

하곤 한다. 커피의 검은색이 목구멍을 따라

미각으로 이 여질 때는 살아있는 행복감의

느낌으로 온몸 세포를 깨워 내는 것만 같다


인도네시아의 마르야나(20)는 커피 농사를 한다.

그녀는 커피콩의 빨간 체리를 딸 때마다

"지금 커피잔을 들고 미소 짓는 누군가를

떠올리곤 해요"라고 한다.

그리고 박노해 시인은 이렇게 답한다.

"내가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최초의 인간,

토박이 커피 농부들에게 경배를!"이라고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마르야나)의 손에서 딴 커피에서

신(God)을 미각 합니다"라고!

예수도 성경에서 포도주를  "이것은

나의 피"라고 하였던가. 어쩌면 난 누군가의

생명을 마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 나누고픈 박노해의 사진과 단편이 많으나,

호기심은 남겨두고, 미덕은 연출하며 마지막

한 장면과 에세이를 전하며 끝을 맺고 싶다.

사진출처-박노해 사진에세이 '다른 길' 298p


'인도군의 계엄령이 임시 해제된 첫날.

카슈미르는 아직 웅크려 떨고 있는데

총칼의 번득임처럼 시리기만 한 만년설

바람 속에 사과나무를 보살피는 한 남자를

만났다. 30년 동안 그는 빈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왔고 그중에 천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았다'

고 한다.


"절반은 싹도 트지 않고 또 절반은 말라죽고

그중에 소수의 나무만이 기적처럼 자라났지요.

척박한 비탈에 심어진 나무들에게 미안하고

이 엄혹한 땅에 살아갈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하지만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기만 한다면

이 얼어붙은 땅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카슈미르에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요.


"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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