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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의저편 May 07. 2024

다정한 서술자

나를 살린 책 한 줄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최성은 옮김/민음사2022


115쪽

잠시나마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멈추고 타인이 되어보는 데 독서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도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치유와 위안을

안겨 주는 체험이다.


책을 통해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인식

하고, 우리들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는 바로

그 타자처럼 생각한다. 이러한 변신은

지극히 안전하면서도 마약과 같은 중독성

이 없다.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있다.


독자의 개성과 정체성 등장인물의 성격과

부딪히고 대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독서

의 이력이 청춘을 맞은 인간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는 순

진하게도 문학 속 인물들을 현실에서 마주

치는 사람들처럼 대하곤 한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한껏 누리고 체험하는

데 그들은 우리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다는 사실을 안쓰럽게 여기기도 한다.


현대인이 개별화되고 강한 자의식을 드러내는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문학이 어떤 방

식으로, 그리고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살

펴보는 일은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이다. 책이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의심

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책을 바꿀 수도 있을까?

'우리가 책을 읽음으로써' 책들도 우리에게

서 뭔가를 배우는가, 그리고 변화하는가?


나는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실험을 하나 아는데 실제로 오랫동안

직접 그것을 실행해 보았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특히 좋아하거나,

아니면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예감

( 젊은 나이에 이 실험을 시작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을 주는 책을 한 권 선택하자. 그리고 팔 년

또는 십 년 주기로 그 책을 다시 읽어보자.

그러면 당신은 텍스트의 위대한 비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눈앞에서 텍스트

가 새롭게 바뀌고, 이전에 읽을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깜빡이는 것을 확인하게 될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오히려 놀랄지도 모른다.

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뭔가가 눈에 들어오고, 당신이

예전에 기억했던 인물들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마지막 으로

책을 읽은 시점부터 흐르는 동안 그 인물들

또한 상당히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난 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주제를

놓고 토론이 벌어질 테고, 당신은 책의 완전히

다른 부분에 매료될 것이다.


책 속에서 이전에는 분명 없었던 듯한 인

물이 불쑥 출몰하기도 하고, 과거의 독서에

서 인상적이었던 뭔가가 지금은 부차적

이거나 혹은 그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

는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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