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란과 21세기
표지 사진: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벌인 가공(可恐)할 테러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과연 이슬람은 왜 이같은 끔찍한 테러를 자행하는 것일까? / 출처: Wikipedia, <September 11 attacks >
그렇다면 현대 이슬람 세계의 실상은 어떤 모습일까? 안타깝게도 아름답고 이상적인 교리와는 달리 현대 이슬람 세계의 참모습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슬람권은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이슬람 국가 중에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이슬람의 영향력이 강한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지역의 몇몇 국가는 아직도 중세에 머물려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전근대적이다.
그 어느 종교보다도 평등을 강조하는 이슬람이지만 이들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놀랍게도 사우디아라비아는 1962년이 돼서야 세계에서 가장 늦게 노예제를 폐지했다. 이슬람권에서는 법치주의마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아직도 법치 대신 인치(人治)가 판을 친다. 일부 국가에는 초법적인 전제군주제가 아직도 남아있고 공화제를 채택한 나라들도 대부분 독재정권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직 샤리아(Sharia: 이슬람 율법)에 의거해 통치되기 때문에 헌법을 비롯한 일체의 성문법(成文法)이 존재하지 않으며 국민을 대표하고 법을 제정하는 의회조차 없다.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샤리아는 헌법보다 우월한 최상위법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야만적인 보복형(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신체형(참수, 사지절단, 태형 등)이 여전히 집행되고 있다.
한술 더 떠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에서는 중세에나 어울릴 법한 신정통치(神政統治)가 행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무프티(Mufti: 샤리아에 의거해 법률적 사안에 유권해석을 내리는 이슬람 율법 학자)나 고위 성직자가 선포하는 파트와(Fatwa)가 곧 법이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발표하는 종교적 성명에 해당하는 파트와는 성문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1982년 이집트 법원은 사다트 대통령(Anwar Sadat, 1918~1981) 암살사건의 주모자 오마르 압델 라흐만(Omar Abdel Rahman, 1938~2017)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알 아즈하르 대학(al-Azhar University: 970년경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에 한 곳으로 이집트 카이로에 있으며 이슬람 관련 학문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명문 대학이다.)의 교수이자 저명한 이슬람 율법학자였던 오마르 압델 라흐만은 법정에서 자신은 샤리아에 의거하여 이슬람의 적 사다트(이집트 대통령 사다트는 1978년 미국 카터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에서 이스라엘 총리 메나헴 베긴(Menachem Begin, 1913~1992)과 만나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평화협정의 대가로 이집트는 제3차 중동전쟁 때 빼앗긴 시나이 반도를 되찾았고, 이스라엘도 이집트로부터 공식적으로 주권국가로 인정받음으로써 서쪽으로부터의 위협을 덜 수 있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였던 사다트와 베긴은 그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그러나 사다트는 아랍 민중에게 이슬람의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를 처단하는 지하드를 수행한 것이므로 법원이 자신을 국가반역죄 및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성모독이자 알라의 권위에 도전하는 월권행위라는 궤변을 늘어놓아 자신을 변호했다.
사다트 대통령의 친서방,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하던 보수주의 무프티들은 앞 다퉈 ‘인간이 만든 법은 알라의 법을 넘어설 수 없다.’라는 요지의 파트와를 발표하여 오마르 압델 라흐만를 옹호했다. 결국 이집트 법원은 굴복했고 오마르 압델 라흐만은 무죄방면 되었다.
그 이후에도 학자의 길을 버리고 계속해서 테러리스트의 길을 걸어간 오마르 압델 라흐만은 1993년 알카에다의 지령을 받고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지하 주차장에 폭탄을 설치했다가 FBI에 체포돼 미국 감옥에 수감 중 사망하였다.(출처: 마크 A. 가브리엘 지음, 이찬미 옮김, <<이슬람과 테러리즘 그 뿌리를 찾아서>>, 글마당, 2009, P.223-229)
<제 5 장 현대 이슬람 세계의 실상 0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