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혹은 악마>, 이슬람에 관한 오해와 진실
표지 사진: 시대별 이슬람의 확장도 / 출처: 위키백과, <이슬람>
전 세계 58개국에 걸쳐 약 19~20억 명의 신도를 가진 보편종교이면서도 이슬람교는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불신과 오해를 사고 있다. 이슬람교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이슬람교가 유대교 혹은 기독교와 다른 신을 섬기는 종교라는 착각이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모두 한 뿌리에서 나왔다. 이들 종교를 일명 ‘아브라함(Abraham)의 세 종교’라고 부른다. 무슬림들이 숭배하는 ‘알라’는 여호와(가톨릭명: 야훼)나 시바, 제우스처럼 신의 이름이 아니다. 아랍어로 ‘Allah’는 관사 ‘Al’과 신을 뜻하는 단어 ‘Ilah’가 합쳐져 생긴 보통명사이다.
즉, 아랍어 Allah(Al + Ilah)는 영어로 ‘The God’이다. 일부 기독교도들은 알라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널리 숭배되던 월신(月神)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옳다. 하지만 그 점에서는 유대교와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성령(聖靈)이나 유일신(唯一神, the Only God)이라는 의미로 ‘엘(히브리어: אֵל, El)'이라는 신명(神名)을 사용하는데(이스라엘(Israel)은 히브리어로 ‘이스라(Isra) + 엘(el)’ 이렇게 두 단어가 합쳐진 합성어로 ‘People who follow or believe in the God, 즉 신을 믿고 따르는(혹은 섬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혹자는 야곱의 일화(창세기 32:28)를 인용해 이스라엘을 '신과 겨뤄 이긴 자'라고 번역하는데, 이는 그릇된 해석이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이스라'가 히브리어로 '다투어 이기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샤릿(שרית)이 아닌 '믿고 따르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야사르(יָשָׁר)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다. 언약을 통해 신을 섬기고 경외하기로 맹세한 유대민족의 이름이 '신과 다투어 이긴(굴복시킨) 자'라니 가당찮지 않은가? - 출처: https://lp.israelbiblicalstudies.com/lp_iibs_biblical_hebrew_israel_other_meaning_19-ko.html)
이밖에도 기독교계에는 임마누엘, 다니엘, 사무엘, 가브리엘, 노엘(Noël: 프랑스어로 크리스마스) 등 엘이 포함된 명칭이 수없이 많다.), 이 신명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신(最高神) ‘안(An: 수메르어)’ 혹은 ‘아누(Anu: 아카드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따르면 아누는 천상의 신(天神)이자 만신(萬神)의 아버지이다. 아누는 수많은 자손을 낳았는데, 이들은 각각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여러 고대 도시국가의 수호신이 되었다. 아누는 최고신답게 백발의 건장한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미켈란젤로가 그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프레스코화 '천지창조' 중 아담에게 손가락을 뻗는 하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아누의 형상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아누는 ‘달의 신(月神, the god of the moon)'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는 월신 숭배 신앙이 널리 퍼져 있었다. 서아시아 지역의 혹독한 기후를 고려해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아시아 지역에서 해는 곧 죽음을 상징한다. 한낮의 작렬하는 태양 아래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다고 한번 상상해 보라. 어떤 기분이겠는가? 그래서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밤 문화(night life)가 발달했다. 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뜨거운 낮에는 낮잠을 자고 해가 진 이후에 일어나 활동을 하는 생활 패턴이 생겨났다. 오늘날 일부 남유럽 국가에 존재하는 씨에스타(siesta: 낮잠)는 본디 서아시아의 이슬람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밤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자연스레 밤의 상징인 달이 신앙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류 문명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서아시아 지역에서 초기엔 여러 잡신(雜神)을 섬기는 우상숭배에 가까운 원시신앙이 고등종교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아누는 유대교의 ‘엘로힘(히브리어: אלהים, Elohim: 유대교 역시 시초엔 다신교였다가 유일신관을 가진 종교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언어상의 흔적이다.
엘로힘은 엘(히브리어: אל, ēl)의 복수형으로 구약 성경에 약 2,500회나 등재되어 있는 엘로힘이라는 신명의 정확한 번역은 유일신(The God)이 아니라 신들(gods)이라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문법에도 없는 '장엄 복수(莊嚴複數, majestic plural: 하나님은 너무나 위대하기 때문에 신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하나님을 3인칭으로 표기할 때 복수형을 사용한다는 주장)'라는 개념을 고안해 냈는데, 누가 봐도 억지스럽다.)’, 기독교의 ‘야훼(Yahweh)’, 그리고 이슬람의 ‘알라(Allah)’ 등 유일신을 의미하는 신명으로 진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슬람을 월신(Allah, the moon god)을 섬기는 종교라는 주장(기독교계에서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씨족(氏族, clan)인 하심家(هاشمي, Hāšimī)의 가문의 신(the god of the family)이 월신(月神)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무함마드의 하나님 알라 역시 다름 아닌 월신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630년 쿠라이시(Quraysh) 부족을 제압하고 메카를 점령한 무함마드는 가장 먼저 카바 신전에 찾아가 만신전(萬神殿) 안에 모셔져 있는 360여개의 우상들(하심가가 숭배하는 월신상(月神像) 포함)을 모조리 파괴하고 이슬람은 오직 유일신 알라만을 섬기며 카바 또한 오로지 알라만을 위한 신전이 되어야 한다고 선포했다.)은 의도적으로 이슬람교를 폄하하기 위한 악성 왜곡이다. 초승달 문양은 단순히 이슬람의 종교적 상징일 뿐이지 결코 이슬람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초기 기독교도들은 십자가 이전에 물고기 문양을 상징으로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여러 기독교 종파가 십자가와 함께 이크티스(ΙΧΘΥΣ: 기독교가 로마의 박해를 받던 1~3세기경 기독교의 상징으로 쓰이던 물고기 문양을 일컫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구세주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Ιησους Χριστος Θεου Υιος Σωτηρ(이에수스 크리스토스 데오스 휘오스 소테르)'의 머리글자(acronym)가 우연히 물고기를 의미하는 명사 'ἰχθύς(이크티스)'와 일치하는 바람에 붙여진 명칭이다. 이크티스 문양은 기독교가 공인받기 이전 기독교도들 사이에서 신자임을 나타내는 암호로 활용되었다. 지금까지도 물고기 몸통 부분에 I, X, Θ, Υ, Σ 다섯 글자가 새겨진 이크티스 문양은 기독교의 상징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를 종교적 상징으로 즐겨 쓰고 있다.
또한 유대교의 상징은 메노라(Menora)라 불리는 7절 촛대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물고기를 섬기는 종교이고, 유대교는 촛대를 섬기는 종교라는 말인가? 알라를 두고 월신 운운하는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측일 뿐이다.
<제 1 장 아브라함의 종교 이슬람 0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