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혹은 악마>, 이슬람에 관한 오해와 진실
표지 사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꾸란 / 출처: 위키백과, <이슬람>
기독교 하나님의 이름 '야훼'도 실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였다. 이미 언급한 대로 야훼는 신(神) 또는 성령(聖靈)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엘로힘(אלהים)’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고대 히브리어는 모음 없이 자음으로만 표기했기 때문에 유대교 경전 고본(古本)엔 엘로힘이 YHWH(히브리 문자 'יהוה'의 라틴어 표기) 네 글자로만 표기되어 있다. 이것을 테트라그라마톤(Tetragrammaton: 테트라그라마톤은 그리스어로 네 글자라는 뜻이다. 유대교 경전 고본에 히브리어로 표기된 하나님을 의미하는 네 글자 YHWH를 지칭하며, 신명사문자(神名四文字)라고 번역된다.)이라고 한다.
테트라그라마톤은 문자로만 남아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은 알 길이 없었다. 기독교가 유럽에 전파되면서 기독교도들은 YHWH를 연음으로 읽어 야훼(Yahweh)라고 발음하기 시작했다. 14세기 이후 성경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야훼는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삼위일체론을 강조하기 위해 모음이 첨가된 3음절 영어 단어 여호와(Je-ho-vah)로 불리게 된 것이다.
알라도 야훼와 유사한 언어 변천과정을 겪었다. 본래 단순히 신(god)을 뜻하는 아랍어 알 일라(al ilah)가 이슬람 성립 이후 유일신 하나님(The God)을 지칭하는 단어로 의미가 축소된 것이다. 현대 아랍어는 이슬람의 유일신 이외에 다른 종교의 신을 알라라고 표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슬람교 역시 유대교나 기독교처럼 똑같은 창조주 하나님을 섬기는 종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슬람 교리는 유대교나 기독교 교리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슬람교는 성경에 기록된 유일신관(monotheism), 우상숭배 거부, 천국과 지옥의 존재,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그리고 신의 의한 인간의 구원 등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무슬림들은 꾸란 이외에 구약과 신약성경을 모두 성서(聖書)로 여긴다. 꾸란 앞부분에는 모세 5경(구약성경 앞부분의 5개장을 말한다. 즉, 창세기(Genesis), 출애굽기(Exodus), 레위기(Leviticus), 민수기(Numbers), 신명기(Deuteronomy)가 이에 해당된다. 일명 토라(Torah)라고 한다.)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심지어 기독교 성경의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아브라함(이브라힘), 모세(무사), 솔로몬(술레이만), 예수(이싸) 등의 주요 인물 24명 또한 꾸란 속에 그대로 등장한다.(괄호 속의 이름은 이슬람식 명칭이다.)
다만 이슬람교는 유대교의 유대인 선민사상(選民思想)과 기독교의 삼위일체론(三位一體論, the Trinity)을 인정하지 않는다. 유대교는 유대인만이 신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 민족이며 최후의 심판일에도 유대인만이 구원받게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슬람교는 민족에 상관없이 독실한 무슬림이라면 누구나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슬람교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론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이슬람교는 철저한 유일신관(이 교리를 이슬람에서는 '타우히드(تَوْحِيد, Tawhid)'라고 부른다.)에 입각한 종교이기 때문에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꾸란에 등장하는 이싸(예수)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냥 여러 예언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무슬림들조차 예수를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무함마드에 버금가는 성스러운 예언자라 믿고 존경한다.
※ 참고: 성경(Bible)의 오역(誤譯)과 의역(意譯)에 관한 문제
한국어 성경을 읽어보면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이 무척 모호하다. 그리고 문구도 오역과 의역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한국어 성경이 원본을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톨릭 쪽은 라틴어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한 것을 재차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고, 신교 쪽은 영어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한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지명, 인명이 원명(原名)과는 많이 상이한 경우가 허다하다.
차라리 중국어 발음이 한국어 발음보다 원명에 더 가까운 편이다. 중국어를 한국어로 재차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문(漢文)을 중국 발음이 아닌 우리 식 발음으로 표기하다 보니 원명과 동떨어진 인명과 지명이 나타난 것이다.
구약의 애굽은 이집트(Egypt)이며, 신약의 ‘고린도서(書)’는 원명이 ‘the Letters to the Corinthians’이다. 즉 고린도는 그리스의 섬 ‘코린트(Corinth)’를 일컫는다. 그리고 예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원래 발음이 ‘폰티우스 필라투스’(Pontius Pilatus, 재임기간: 26~36)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한문 투의 성경 구절은 문장이 어색하고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무개 가라사대’이다. 성경에는 ‘예수 가라사대’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은 영어 Jesus said “……”를 중국어로 耶蘇曰 “……”로 번역한 것을 다시 예수 가라사대 “……”(曰자의 훈독(訓讀)은 ‘가로 왈’이다.)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 문구는 그냥 ‘예수께서 “……”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때로는 한문 투의 문구가 잘 이해가 안 돼 영어 성경을 찾아보곤 한다. 영어 원문을 읽어보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신약에는 예수를 일컬어 ‘말씀의 육화(肉化: 심지어 성경엔 한문이 병기되어 있지도 않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게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가 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이 표현은 영어로 ‘the incarnation of Covenant'를 한문으로 직역한 것인데,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살아있는 언약’이나 ‘실현된(혹은 인격화된) 언약’이라고 해야 보다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런 폐단은 기독교계가 적극 나서 개선해 주었으면 좋겠다.
<제 2 장 이슬람의 핵심 교리 ‘5주(柱)와 6신(信)’ 01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