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노동자 김익환, 김지민, 김인기 선생님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는 문구의 붉은 조끼를 입은 노동자를 마주친 경험이 있는지.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단 2만원의 식대 향상을 위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위하여 홍익대학교에서 쟁의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대학 노동자 세 분을 만났다. 제1기숙사 식당이 닫은 뒤 이제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남문관(W동) 지하, 찾아오고 나서도 여기가 사무실이 맞는지 몇 번을 고민하다가 문을 두드린 그곳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대학 노동자 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2주 간격으로 고려대, 광운대,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 카이스트, 홍익대 등 서울지역 14개 대학사업장 청소, 경비, 주차관리, 시설관리 등 약 1,200명의 조합원과 함께 17개 용역업체와 초기업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개월간 일곱 차례의 교섭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와의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지난 3월부터 근무 중 붉은 조끼 착용, 점심시간 피케팅 활동 등을 진행하는 쟁의 행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현재 임금 교섭의 쟁점은 간단해요. 현행 월 12만 원인 식대를 14만 원으로 2만 원 인상하자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물가 폭등에 비해 식대는 5년간 동결되어 왔으니, 국공립대 공무직의 2024년 식대인 14만 원 수준까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처럼 중식만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6,500원 학생 식당을 기준으로 한 달 계산하면 12만 원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은 고사하고 점심도 식당에서 밥을 먹지를 못하고, 집에서 간단히 싸 오는 정도로 해결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지만 대부분은 새벽부터 와서 일을 한단 말이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업무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4시, 사실 이것도 원래 8시부터 5시였는데, 쟁의로 바뀐 거죠. 이 시간에는 사실 업무가 불가능해요. 특히 미화 같은 업무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시작하면 일하기가 어려운데, 학생들이 8시, 8시 30분이면 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 전에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업무 시작은 5시 반이나 6시가 되어야 하는데, 한 끼를 먹고는 일하기가 어렵죠.”
“저희는 아웃소싱 용역업체 직원이긴 하지만, 우리도 홍익대학교의 한 구성원이잖아요, 사실 없어서는 안 되는 직군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 가서 얼마 받는다고 이야기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고, 더 슬픈 현실은 그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최저임금보다는 많지만,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잖아요? 그걸 반영해서 서울시에서 책정한 생활임금이 시간당 11,436원인데,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환경이 좋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급여도 급여지만 휴게 공간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애초에 건물 자체를 지을 때부터 휴게 공간을 기획한 게 아니라 그 후에 마련하다 보니, 휴게 시설 자체에 냉난방 시설이 없거나 창문 하나 없이 환기되지 않는 공간인 경우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노동자 휴게실은 계단 밑이나,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 예로 들자면 미화 노동자 선생님들 휴게실은 홍문관 지하 6층의 주차장과 붙어 있는데, 공기의 질이 상당히 나쁘죠. 환풍기가 있기는 한데, 환풍기가 주차장 쪽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별 의미가 없어요. 공간 자체도 좁은데, 거기를 10명의 미화 노동자들이 함께 쓰고 있습니다. 이걸 지속적으로 지상으로 옮겨달라, 아니면 최소한 공기가 괜찮은 곳으로 옮겨달라 요구하고, 심지어는 2년 전에 근로감독관이 와서 개선하라며 권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시설 직군이나 보안 직군도 열악하긴 마찬가지고요.”
“또 우리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게 있다면, 업무 분장에 있어서 우리의 일이 아닌데 우리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하는 거죠. 자꾸 미화 노동자분들 사례만 말씀드리긴 하는데, 미화 노동자분께 낙엽 청소를 시킨다던가, 건물 주변에 제초 작업을 시킨다던가, 이런 부분이 있겠네요. 사실 이건 조경업체에서 해야 할 일이거든요. 따로 고용해야 하는데, 언젠가 미화 노동자께 도움을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도와주셨겠죠, 그러다가 그게 그냥 맡은 일이 되어버린 거예요. 결국 지금은 그 일을 미화 노동자가 하지 않으면 지금 일하는 인원을 줄여서 제초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더 고용하겠다,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사실 이번 사안에 대해서 대학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청인 대학은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 용역업체와 노동조합 사이의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용역업체는 원청인 대학과 직원인 노동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에 그칩니다. 교섭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별다른 재량권이 없는 것이죠. 결국 원청에서는 용역업체에서 알아서 해라, 용역업체에서는 원청이 안 해주니까 못한다, 이런 잘못된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거죠.”
“결국 원청과 하청(용역업체) 구조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철폐하고, 직고용을 통해 모든 직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결국 직접 일하는 건 우리 노동자들이기에 개선이 필요한 제도라 생각하고, 물론 당장 하청업체가 없어질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하청업체가 이런 부분을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회사의 가장 큰 재산이 우리 노동자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신들의 가장 큰 재산인 우리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대우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이렇게 투쟁하는 상황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업 듣는 데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저희가 이해는 합니다. 게다가 요즘 세상이 각박하지 않습니까, 학생들의 앞날이 점점 불투명해지는 부분도 있고. 그래도 우리들이 오죽하면 이렇게 나서서 쟁의 활동을 하겠는지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말고, 적극적인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요구하고 내세우는 내용에 대해서 나쁘게 보지는 않아 주셨으면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도 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사실 고마운 학생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나, 지금 하는 쟁의 활동, 이런 부분들에 공감해 주는 학생들도 있고, 힘내라고 음료수 사다 주는 학생들도 있고, 후원금 보내 주는 학생들도 있고요. 모닥불이나, 미대의 외침 등 학생자치기구와도 긴밀하게 교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 더 학생들과 연대가 잘 되면서 이번 일이 좀 더 원활히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공감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학생분들에게 고맙습니다.”
우리도 대학의 한 구성원이라는 말이 인터뷰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대학은 단순한 배움의 장이 아니다. 그보다는 교류의 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대학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저마다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는가. 적극적인 행동에 앞선 소극적인 관심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다. 붉은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을 보며 한번이라도 멈칫하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그로써 세상을 한 걸음씩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면, 누가 감히 이를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