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채우는 빛은, 우리의 생각보다 사소하다.

경영학과 18 이준서

by HOHU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숨통이 트일만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곤 합니다.

누군가에겐 그게 요리가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겐 등산이 될 수도 있겠죠.



지금 당신은 무엇을 품고 있나요?

무언가를 함으로 인해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이 아닌,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그런 것 말이에요.






지금 소금쟁이라는 요리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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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어쩌다 보니 회장을 하고 있네요. 아시다시피 제가 막 소위 말하는 ‘인싸’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누가 봐도 조용조용한, 내향적인 사람이고 사실 저는 모임에서 리더 역할을 맡는 편이 아니거든요. 물론 지난 학기에 부회장으로서 회장을 많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때와는 느껴지는 무게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지난번보다 동아리 규모가 커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죠."


"동시에 소금쟁이에 대한 애착이 커요. 제가 클라이밍에 빠지기 전에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던 게 요리였거든요. 사실 이제 요리 자체에 대한 흥미는 어떻게 보면.. 게임을 다 깬 느낌? (웃음) 통달한 느낌이라 그 흥미가 산악으로 옮겨간 거였어요. 근데 그와 별개로 소금쟁이는 정에 가까워요."


"1, 2학년 때 코로나도 아니었는데 학교 생활을 좀 재미없게 했거든요. 저는 스치듯이 짧게 만나는 만남에 많이 약하고, 최소 세네 번씩은 봐야 낯이 익고 정이 드는 편이에요. 그래서 대학에서의 일회성 짙은 만남이 힘들었는데, 운 좋게도 복학을 하면서 동아리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믿지 않으실 수 있겠지만 요리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요리라는 게 내향인들의 취미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여럿이 모여서 하는 것보다는 혼자 하는. 그게 정석인 줄만 알았는데 다 같이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서 스몰 토크도 하는 게 요리의 진짜 행복이더라고요. 그 과정이 알맹이라는 사실을 2년 동안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고마운 존재죠, 소금쟁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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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산학부에 들어가기 전에 고등학교 친구가 클라이밍을 한번 데려간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되게 좋았어요. 그래도 제가 나름 키가 크잖아요? 팔다리가 긴 편이라 좀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을 한 게 있었거든요. 처음 하는데 잘 되니까 재미있는 거죠."


"사실 처음에는 등산을 좋아해서 산학부를 들어갔는데, 막상 가보니 클라이밍도 많이 하더라고요. 전에 한번 도전해 봤던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그랬는지, 클라이밍에도 금방 다시 흥미를 느낀 것 같아요. 보통은 이런 식으로 친구들이 누구 한 명을 끌고 가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그렇게 슬슬 같이 정 붙이게 되는 패턴인 거죠."



제 주변을 봐도, 클라이밍은 사람들이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진짜 깊게 좋아하더라고요. 클라이밍의 매력이 뭘까요?


"아무래도 성취감이죠.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걸 성취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클라이밍은 색깔 별로 난이도가 표시되는데, 그걸 하나하나 깨면서 올라가는 맛이 있어요. 게임할 때 랭크 올리듯이 말이에요. 바로 그 재미로 하는 거예요. 공부하다가 받은 스트레스도 풀고 일석이조죠."


"아 그리고, 진짜 산에 가서 자연 암벽을 타게 되면 맨 꼭대기에 묶여있는 줄에 지탱해서 올라가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말은, 맨 처음 누군가는 '줄 없이' 그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한다는 소리예요. 그 줄을 묶는 걸 홍익대 84학번 선배님께서 해주신 적이 있었어요. 산학부 OB라고 하죠, 보통? 그분이 성큼성큼 올라가셔서 줄을 걸고 내려오셨어요. 그때 그 일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네요."




최근에는 데이터 사이언스 융합 전공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네. 대학에 온 후로 여러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건, 제가 생각보다 이과적인 성향이 강했다는 점이에요. 정성적인 것과 정량적인 것. 그 둘 중에 저는 후자에 가깝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어떻게 전공과 연관 지어볼까 고민하다가 융합 전공을 선택했어요."


"데이터 사이언스는 쉽게 말해서 컴퓨터 공학 한 스푼, 경영학 한 스푼, 통계학 한 스푼 이렇게 세 개가 섞여 있는 전공이라고 보시면 돼요. 물론 지금도 영어가 중요하지만, 옛날에 영어 잘하는 게 제일 중요했듯이 지금은 컴퓨터를 잘하는 게 그때 영어만큼 중요해진 것 같아요. 산업 분야를 떠나서 어느 곳에서든 다 필요로 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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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준서님은, 졸업 후에 뭘 하며 살고 싶으세요?


"저는 이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늘 하는 소리인데,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를 가고 싶어요. (웃음) 일단 시험을 치는 건 제 성향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을 한다면, 밥이 맛있는 곳으로."


"그리고 사실, 아마 다음 학기부터는 요리 동아리도 할지 말지 미지수예요. 아쉽긴 하지만 18학 번인만큼 학교에 오래 몸 담았으니까, 떠날 때가 된 것 같아요. 이제 누가 봐도 고학번이니까요. 혹시 대농마트 없어진 거 아세요? 없어요 이제. 복학하니까 제가 원래 다니던 맛집들도 많이 사라졌고요. 이런 사소한 변화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네요."



"원래는 개강이 항상 설레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 학기는 뭔가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작년에 산악부에서 친했던 친구들이 거의 다 졸업하기도 했고, 그냥 문득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쉬우면서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 농담 삼아 소금쟁이(요리 동아리) 졸업생들을 모아서 대금쟁이를 만들자는 말도 예전에 한번 나왔었거든요. 그것도 그거고, 우선 좋은 기업을 들어가면 동아리 활동도 많이들 장려를 하니까. 그 틈을 노려볼 생각입니다. 2년 동안 쌓아놓은 게 있으니, 여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아리를 한번 만들어보려고요. 직장인 요리 동아리.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요? 그땐 제가 다시 YB가 되어 있겠네요!"




인터뷰어 - 민지

포토그래퍼 - T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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