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린

올림푸스 35DC와 함께

by HOHU

안녕하세요 호후 포토로 활동하고 있는 예린입니다.

호후로 올리는 첫 글인 만큼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봐요.


사실 저는 20살이 될 때까지 핸드폰 카메라 외에는 카메라를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었어요.


‘친구 따라 오디션 보러 갔다가 정작 친구는 떨어지고 따라갔던 내가 아이돌이 된 이야기’처럼 대학교에 올라가기 전, 인생에서 가장 한가한 겨울 방학에 친구가 필름 카메라를 사 모으는 걸 보고 관심이 생겼다가 사진에 진심이 된 케이스예요.

그래서 21세기 사람으로서는 특이하게 디지털 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에 접하게 되었어요.

이 경험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아무런 지식도 없이 그저 외관이 예뻐서 샀던 올림푸스 35DC는 1971년도에 발매되었던 꽤 오래된 클래식 필름 카메라인데요.

찍는 법을 몰라 초점이 하나도 맞지 않았던 첫 번째, 두 번째 필름까지는 찍으면서 이게 맞나 싶었는데 그때도 그런대로 감성적이어서 나름 맘에 들었죠.



그러다 제대로 찍게 되었을 때 현상돼서 나온 사진을 보고 이 맛에 사진을 찍는구나! 하고 본격적으로 빠져들었죠.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는 필름 사진을 아직까지 찍는 이유가 여기에 있더라고요.

찍을 때부터 자동으로 모든 것이 기준값에 맞춰 보정되는 핸드폰 사진과 다르게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밝으면 밝은 대로 빛이 그대로 찍히는 필름 카메라의 사실성(?)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카메라가 아무리 발전되었다고 한들 예쁘게 노을 진 하늘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는데 찍히는 게 너무 달라서 ‘아직까진 눈으로 담는 게 제일 낫구먼’ 싶었던 경험 다들 있지 않은가요?

그런 면에서 항상 아쉬움이 있던 저에겐 필름 카메라가 오히려 그보다 발전된 카메라처럼 느껴졌어요.

또 필름마다 다른 색감과 질감이 나타나는 점과 한 롤을 다 찍을 때까지 결과물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요.


여행 가서 필름 사진을 찍을 땐 결과물이 너무 기대돼서 당장 서울에 있는 현상소로 뛰어가고 싶을 만큼 처음 카메라를 잡았던 해는 사진 찍기 자체가 무척 설레는 행위였답니다.

그 이후로 미러리스 카메라도 구매해 학교에서 사진 수업은 있는 건 다 찾아 들으며 사진에 대한 여러 기술적인 것들도 많이 배웠고,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며 제가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과로 전과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어요.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함께 출사도 다니고, 사진 동아리도 해보고, 이렇게 호후라는 인터뷰 동아리에 포토까지 하게 되며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네요.


홍예린 사진2.jpg

참고로 사진 속 필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필름인 ‘아그파 비스타’라는 필름입니다.

이제는 단종돼서 빈티지밖에 구할 수 없는 희귀한 필름이 되었어요.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땐 보통 필름이 5000원대였는데 3년 사이에 지금은 싼 것도 15000원 이상이 되었다니, 그보다도 단종되는 필름이 많아서 참 슬프네요.

좋아하는 필름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으니 더 열심히 찍어보려고요.

지금까지 오래 사진을 찍고 싶은 포토 예린이었습니다.


+Instagram @yeah_luas_f

업데이트가 느리긴 하지만 초점 날린 첫 사진부터 저의 필름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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