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붙잡고 있던 시간을 놓아주다

by HOHU

흔히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글자 자체로만 보았을 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순수함에 대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속에 다른 의미가 숨겨진 표현일 수 있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길을 걸으며 모르는 사람에게도 호탕한 웃음소리로 밝게 인사하던 나는 한창 청소년들이 예민해지는 시기에 ‘넌 참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 말에 사로잡혀 혼자만의 틀에 갇혀버렸다. ‘‘어...인사하면 불편해하겠지?’, ‘혹시 나의 웃음소리가 실례였을까?’ ‘내가 너무 눈치 없게 행동했나? 다음부터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그렇게 나는 내가 만든 걱정에 사로잡혀 점점 스스로에게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생각과 고민이 많아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노래를 들으며 시나 글을 마구 적는 습관이 있는데, 그 당시 적은 글들을 보면 자존감이 바닥에 메말라 자국만 남은 물기 같았다.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역행하고 있던 시간의 눈금을 계속 붙잡고 바라보는 것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계속 무겁게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단번에 나의 그 깨달음을 실천하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시간의 눈금을 놓아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졸업식 때 친구들에게서 편지들을 받았는데, 공통으로 내가 반갑게 인사해 줬던 일들과 밝게 웃던 모습이 가장 고마웠고 그 웃음과 함께 자기들 역시 행복해졌다고 적혀 있었다.


이전에 들었던 말과는 정반대의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친구들의 편지에도 비슷한 말이 쓰여 있기에, 그때 난 ‘웃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저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던 행동이 그 친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고,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최근에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점점 기괴한 모습으로 진화해 간다. 하지만 빛이 잘 드는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그렇지 않다. 결국 겉모습이 중요해지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읽었다.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시간의 눈금을 붙잡고 있었던 그 당시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닿지 않았던 시절의 나는 자존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기에 점점 어두워졌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바꾼 후에는 오히려 밝아지며, 세상을 진실로 아름답게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난 앞으로 더 열심히 웃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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