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나경 / 포토그래퍼 예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토요일, 제법 푸릇해진 캠퍼스에서 소현님을 만났습니다. 밝을 소, 빛날 현. 이름 그대로 반짝이는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를 전해주시던 소현님과의 시간들을 함께 나누어 봅니다.
‘살면서 포기할 수 없다!’ 하는 가치가 있나요?
재미와 자유요! 저는 사는 게 힘들기 때문에 모두가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어차피 힘든 삶을 사는 거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재미를 충분히 누리는 게 마땅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해서 재미있고 자유롭게 사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꼽고 싶어요. 이 가치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즐겁다가도, 넘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잖아요. 그 순간을 딛고 일어서는 소현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음, 저는 일기를 자주 써요. 학기 중에 피곤해서 굳이 책상에 앉아서 글씨를 쓸 시간도 없고 힘들면, 음성 녹음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냥 잘 때 누워서 녹음기를 켜놓고 그날의 하루와 제 생각을 읊어요. 밤에 했던 말 중에 건질 게 있을 것 같다 하면은 컨디션이 괜찮을 때 일기장에 옮겨 놓기도 하고요. 내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옛날에 읽었던 책 중에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이 있어요. 정확한 문구는 아니지만, 책 속에 ‘나 스스로를 어린 나 자신으로도 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와요. 제가 소현이잖아요. 어린 소현이에게 하지 못할 말은 큰 소현이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그때 깨달았어요. 어린 소현이에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절대 말해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내 목소리로, 나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줘야지 생각했어요.
도예유리과로서 보낸 시간들, 어떠셨어요?
흙이 가지는 물성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만져지는 대로 고정되는 성질을 말해요. 찰흙처럼, 만지는 대로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그 상태를 유지해주는. 천이나 섬유는 구체적인 힘이 없어서 고정을 하려면 다른 장치가 필요한데 흙은 가소성이 있다는 점이 저에게 잘 맞더라고요. 만지기에 편리하기도 하고 유연하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 모양이 잡히는 단단함이 있다는 게 매력적인 요소였죠.
흙을 만지는 게 많이들 어렵다고 해요. 예측 불가하게 갈라지고 터지거나, 혹은 의도했던 것과 되게 다르게 나올 때가 많거든요. 나는 ‘이렇게 나오겠지?’ 하고 가마에 넣었는데, 나오고 나서 바로 찾지 못하고 이게 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저는 그럼에도 흙이 잘 다뤄지는 소재라고 생각해요. 갈라지는 것도 결국엔 메꿀 수 있고, 거기서 오는 자연스러움이나 흙이 내포하고 있는 에너지도 그런 예측 불가함과 잘 어우러진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소재와 관련해서 과가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1학년의 초반은 코로나로 활동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1학년 2학기부터는 실기실을 사용해야 하는 미술대학 학생들 일부에 한해 실기실을 개방했어요. 그때부터 서먹서먹하게 동기들도 만나고, 학교에도 나왔죠. 1학기에는 학교에 거의 오지 못해서 집에서 실기를 했어요. 거실에 김장 장판을 깔아 두고 웹엑스를 켜는 거예요. 교수님께 카메라로 만든 것을 보여드리면서 ‘이건 어떠세요?’ 여쭤보면 교수님께서도 피드백을 주시고요. (웃음) 피드백을 받으면 또 받은 대로 바꾸고, 그러면서 재미는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들어 관심이 가는 곳이 있나요?
올해부터 자취를 시작했는데 우선 혼자 사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혼자 살아가면서도 도란도란 살아가는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집은 작은 저만의 공간인데도 집안일같이 은근 할 게 많잖아요. 혼자 청소하고 밥 해 먹고 책 좀 읽다가 자다가 씻고 환기시키고 - 이런 일련의 삶의 과정들이 소중하고 재밌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메뉴를 정하고 어떤 재료를 얼마나 사야할지 생각해서 직접 장도 보고, 툭툭툭 칼질하고. 요즘에 진짜 주부 백단이에요. 저녁에 실기하고 집에 와가지고 내일 된장국을 끓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 밤에 다시물을 빼놔요. 그럼 자기 전, 방 안에 다시 물 냄새가 풍기잖아요. 그 냄새를 맡으며 좋다 생각하며 자고 그래요.
자주 하는 요리는 알리오 올리오예요! 마늘을 한 움큼씩 구워가지고 요리하면 너무 맛있더라고요. 재료에 이런저런 변주들을 주면서 다양하게 요리를 해 먹고 있는 중이에요.
인터뷰어 나경 / 포토그래퍼 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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