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인생의 문제는 당신을 단단하게 만든다.
니체의 철학에서 인간은 고통을 피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고통을 통해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존재다. 니체는 문제를 형벌이나 불행으로 보지 않았다. 문제는 인간을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자기 극복은 단순히 참고 버티는 인내가 아니라, 문제라는 충격을 계기로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이전의 나보다 더 강한 형태로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인간을 흔들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만 단단함이 형성된다. 아무 문제없는 시간은 편안하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결국 스스로를 넘어설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였던 시기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중2까지의 나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성적이 좋았고, 공부를 크게 하지 않아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이었다. 문제없는 시절은 편안했지만, 그 편안함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오만을 만들었다. 나는 내 능력을 검증 없이 믿었고 그 믿음은 아주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얇은 외피였다. 그 외피가 무너진 순간이 중3이었다. 처음으로 성적이 떨어졌고, 처음으로 내가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났다. 그 충격은 단순한 성적 하락이 아니라 내가 의지하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다. 성적이 좋을 때 자연스럽게 받던 존중이 사라졌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도 변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받던 존중은 ‘나’라는 존재 때문이 아니라 ‘성적’이라는 외피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외피가 벗겨지자 나는 너무 쉽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경험을 통해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존중을 받고 싶다면 그만큼의 능력을 갖춰야 하고, 세상에서 기회를 얻고 싶다면 내가 가진 힘을 명확히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고통스러웠지만 바로 이 고통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중3의 충격 이후 나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이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피하려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도망칠 수 없었고 도망치는 선택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올라가겠다”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기 시작했다. 처음의 원동력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지금의 나로는 부족하다”는 절박함과 “이대로 멈추면 진짜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현실감이었다. 그 작은 원동력이 누적되며 나를 조금씩 움직였고, 그 과정은 때로 고통스럽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이전보다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단단함은 시간이 지나 나의 진로를 바꾸는 힘이 되었고,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문제는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온 충격이었다. 문제는 나의 약함을 드러냈고 그 드러남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 시절의 문제들이 없었다면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아이로 남았을 것이고, 내 삶의 방향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내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발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발판을 밟아 지금의 나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