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라는 감옥

26. 생각의 삶에 따르지 말 것

by 무로

니체는 사유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가 경계한 것은 생각이 삶보다 앞서 나가 행동을 허락하거나 금지하는 기준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때 생각은 삶을 이해하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지연시키는 검열 장치로 변한다. 니체가 비판한 ‘생각의 삶’이란 사유가 삶을 대신 살아주는 상태를 뜻한다.

나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의외로 생각을 먼저 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모든 경우를 계산한 뒤에야 움직이기보다는 일정한 사고의 기준을 세운 뒤 그 안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쪽에 가깝다. 나에게 생각은 행동의 허가증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방향을 정해주는 뼈대에 가깝다.

이런 삶의 방식은 ‘통제된 우연’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방향은 피하고 싶은지 같은 기본적인 사고의 틀은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선택과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도록 열어둔다. 계획과 즉흥 사이에서 나는 기준은 고정하되 결과는 유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생각으로 삶을 완전히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사고를 통해 삶의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변수와 예기치 않은 흐름을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생각은 삶을 대신 판단하지 않고 삶이 지나치게 흩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만 한다.

니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런 태도는 삶을 억압하는 사유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사유에 가깝다. 삶이 먼저 움직이고 생각은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정제된다. 생각이 삶 위에 서지 않을 때 사유는 비로소 삶의 힘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의 삶에 따르지 말 것”이라는 문장은 나에게 낯선 경고라기보다 이미 취해온 태도를 확인해 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생각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생각이 삶을 멈추게 하지 않도록 하라는 요구. 기준은 유지하되 결과까지 통제하려 들지 않는 삶 어쩌면 이 문장은 의외로 나의 삶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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