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편하다

29. 진실을 말하는 것의 가치

by 무로

프리드리히 니체는 진실을 도덕적 명령으로 숭배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착한가 나쁜가가 아니라 그 진실이 인간의 삶을 더 강하게 만드는가였다. 그래서 그는 “진실을 말하라”가 아니라 왜 진실을 말하는 편이 더 유리한지를 묻는다. 니체에게 진실은 윤리가 아니라 삶의 힘을 보존하는 전략에 가깝다.

나는 거짓을 말할 때 유난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것을 느껴왔다. 한 번 한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그에 맞는 말과 태도를 계속 관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거짓말이 덧붙여졌다. 말이 늘어날수록 부담도 커졌고, 결국에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지점에 이르곤 했다.

그때의 침묵은 평온이 아니라 소진에 가까웠다. 말이 막히는 이유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 한마디가 또 다른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는 피로감 때문이었다. 거짓말은 나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감시하게 만들며 삶의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이 경험은 ‘되고 싶은 나를 연기할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연기를 할 때에는 행동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습관이나 기술처럼 남는 것들이 있었다. 반면 거짓말을 할 때에는 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만 점점 정교해질 뿐이었다. 남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거짓은 유난히 허무하고 피로했다.

니체의 기준에서 보자면 거짓의 문제는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비생산성에 있다. 거짓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반대로 진실은 불편할 수는 있어도 말과 행동을 하나로 묶어 삶의 구조를 단순하게 만든다. 그래서 진실은 변화를 위한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은 착하게 살라는 권유로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덜 소모시키는 방향을 선택하라는 제안에 가깝다. 거짓은 나를 지키는 척하며 나를 지치게 만들지만 진실은 불편함 속에서도 다시 움직일 힘을 남겨준다. 적어도 나에게 진실은 살아가기 위해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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