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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Oct 03. 2023

23.10.02 여행 첫날

다이어트 재시작 33일 차

오늘은 드디어 떠나는 날이다. 3년 전에 가자고 했던 여행이 드디어 오늘이 됐다. 여행을 떠나는 기분은 그렇게 기쁘지 만은 않다. 가서 먹을 것도 조절해야 되고, 살도 많이 쪄서 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나는 연휴가 다시 시작된다는 건 좋다. 다들 곧 연휴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가기 시작할 텐데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니! 상대적인 박탈감의 반대가 이런 걸까?


그래도 8월 말부터 살을 빼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그때부터라도 살을 빼지 않았으면 정말 최악의 기분으로 여행을 가고 있을 것 같다. 그 때로부터 11.5키로를 빼고 가는 거니까 난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하고, 컨디션도 썩 나쁘지 않다. 사진을 찍는다거나, 다이빙을 좋은 컨디션으로 한다거나, 고프로를 자유롭게 찍는다거나 하는 건 마음대로 못 하겠지만, 편안하게 내 눈으로 즐기며 힐링하고 오는 건 충분히 할 수 있고, 감사한 일이다. 돈 낸 만큼 즐기고 오자!


주홍이는 엄마아빠네에 맡기고 가기로 했다. 내친김에 1년 만에 목욕도 시켰다. 물에 흠뻑 젖어 그루밍을 하고 있는 주홍이를 두고 오는 마음이 아무래도 좋지 않았고, 또 엄마아빠한테 고마웠다. 부디 주홍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고 잘 적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집에 갈 때 엄마아빠 선물도 많이 사고, 주홍이도 특식을 줘야지. 벌써 좀 보고 싶지만, 사진을 많이 보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일기를 쓰는 지금 난 코타키나발루 호텔에 와있다. 대략 6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미리 어레인지 해놓은 택시를 타고, 유심도 설치하고 내일을 위한 모든 세팅을 해놓고 이 일기만 마무리하고 자면 된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수영을 하고 조식을 먹을 예정이다. 쇼핑에 나가서는 이런저런 주전부리도 먹고, 소소한 것들도 살 예정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반딧불이 투어를 가야지.


아직까지 그렇게까지 실감이 나진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마음이 조금 들떠있는 나를 발견한다. 약간 미묘한 기분. 오랜만의 여행이어서 그런 건지. 좋으면서도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살찐 상태 때문에 오는 무거운 기분, 앞으로 할 액티비티에 대한 걱정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곳에 놀러 왔고, 회사를 안 간다는 것에서 오는 즐거운 기분 등등 복잡 미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될 것 같다. 내일은 과연 어떤 하루가 될지? 슬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의 감정: 무거움 즐거움 복잡함 들뜸 걱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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