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재시작 18일 차
오늘은 고마운 날이다. 여러 사람들의 나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모여주었다. 오버부킹이 되었다고 미안하다는 Y님과는 점심에 먼저 만나 카페에서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부동산 스터디 계획도 세우고, 산책도 하다가 뜻밖의 공연 동냥도 하고 비도 맞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포크가 꽂힌 두부 한 모 케이크를 받기도 했다. 요즘 자주 보지만 반가운 J님과 오랜만에 보는 M님과 R님과 그 뒤를 이어 편백찜을 먹고, 치킨을 먹으러 갔는데, 양이 많을까 걱정하길 무색하게 허겁지겁 편백찜을 해치우고 BHC에서도 양이 살짝 모자란 느낌으로 깔끔히 다 해치웠다. 먹는 내내 따뜻한 느낌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2차를 끝으로 자리를 파하게 돼서 아주 짧고 굵게 자리가 마무리되었는데,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일요일이니 적당한 것 같다고도 생각해 별말하지 않고 자리를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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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저번 회식이 끝나고 살이 안 찌게 방어하게 해 준 공신인 50분 걷기를 야구선수가 징크스 지키듯 오늘도 하고 화면서 (정확히는 공원 8바퀴 걷기) 오늘의 여운을 되새겼다.
난 인복이 많은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감사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있을지? 너무 받는 사람의 포지션은 아닌지, 나도 좀 의지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해본다. 일단 오늘은 따뜻했다. 고마운 하루다.
그토록 고대하던 치킨을 먹어서도 행복했지만, 애정이란 감정을 먹어서 배부른 하루였던 것 같다.
덧. 먹을 것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먹기 전에는 정말 너무 갈망이 심했는데, 막상 먹고 나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너무 먹고 싶을 때, 지금의 감각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적어놓는다. 그 먹어 본 맛, 간장의 찝찔한 맛. 튀김의 느끼한 맛. 약간 비릿한 맛. 많이 먹으면 질리는 맛. 싱싱함과는 거리가 먼 맛. 먹는 버릇이 되어서 먹었지 사실 싸구려맛. 퇴근해서 뭘 보면서 맛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 먹었던 그 시간이 좋은 거지, 사실 그 음식이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지 않았나, 맛있는 음식은 다른 것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나, 이런 정크 푸드 말고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치킨이 최고라는. 많이 먹으면 질리는 그 맛을 기억하자. 조금씩 조금씩 끊어보자.
오늘의 감정: 배부름, 충만감, 꽤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