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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Sep 24. 2023

23.09.09 다이어트의 폐해

다이어트 재시작 10일 차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폐해가 있다. 아무래도 몸을 평소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살이 찌느라 늘어진 살들이 눈에 띈다. 팔, 가슴, 배, 엉덩이 등등..


의식하지 않을 때도 썩 좋진 않았지만 의식이 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하루에 한 번씩 내 모습이 싫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니. 문제는 이게 살을 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팔이나 배는 아예 가로로 길게 칼을 대고 살을 잘라내는 거상술이라는 게 있다고 하는데, 일상생활을 상당기간 못할 만큼 큰 수술이라고 하고, 흉터도 크게 남는다고 한다. 가슴이나 엉덩이도 수술이 있나? 온통 수술 투성이가 되는 게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얼마나 낭비일 것이며, 가능할 지도 모르겠고, 정신적으로도 그건 그거대로 또 타격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매일 한 번씩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멀쩡하다가도 기분이 땅으로 꽂힌다. 나의 하루의 시작은 디폴트가 바닥이다. 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러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예전에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는데, 자기가 날씬하고 예쁜 상태인 줄 착각하는 뚱뚱한 여자가 나오는 영화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녀의 소위 ‘근자감’에 어이없어하다가,  나중엔 너무 자신 있어하는 점에 오히려 설득이 되고 자기가 이상한 건가 자기 기준을 의심하는 지경까지 간다. 여주인공은 나중에는 그게 자기 착각이었다는 걸 알고 당황하지만, 뚱뚱한 본모습으로서의 자신도 받아들인다는 결말로 아름답게 영화는 끝난다. 그런 식으로 나도 해결할 수 있을까? 내 모습이 객관적인 사회의 기준으로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지만 내가 미친 자신감을 내뿜으며 나는 아름답다 외치면 사람들이 내 자신감에 설득될 수 있을까? 그게 유일한 나의 해결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그 영화를 떠올리며 해본다. 하지만 그다지 자신은 없다. 영화처럼 정말로 진심으로 내가 예쁘다는 걸 ‘사실’로 ‘알’고 있는 지경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답은 안 나오지만.. 최소한 건강을 위해서 빼야 된다는 ‘사실’만 보고 일단 뺀다. 당뇨는 싫으니까. 위절제수술을 해서 맛있는 걸 못 먹게 되는 건 싫으니까. 나중으로 미루고 외면한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기보다는 그냥 잊어보려고 하는 회피에 가까운... 그래도 나중에 어떻게든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감정: 씁쓸함, 우울함, 좌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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