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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Sep 24. 2023

23.09.07 세컨 오피니언 그리고 연차

다이어트 재시작 8일 차

어제 고비가 왔던 게 무색하게 오늘은 너무 컨디션이 좋다. 등 뒤 사운드바에 노래 틀어놓고 노트북으로 카톡을 하고 있는데 6시가 되도록 배가 하나도 안 고프다. 회사를 안 가서 평온해서라는 것에 한 표! (소모한 에너지가 없어서일지도.. 점심을 많이 먹어서일지도..) 어제는 그렇게 시간이 안 가더니 이러고 있으니 시간이 훅훅 지나 벌써 7시가 다 되어 간다. 아쉽... 


오늘 아침에는 아빠 친구 후배시라는 위장관외과 교수분에게 위 절제술에 대한 세컨 오피니언을 받으러 갔었다. 결과적으로 그분은 시기를 놓치면 안 되니 빠르게 해야 한다는 쪽. 이 정도 찐 상황에서 의지로써 이겨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쪽이었다. 몸의 대사라던지 염증이라던지 여러 요소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뺀다 하더라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다시 찐다고 한다. 그런 분 앞에서 차마 일주일 정도 식단에 성공하고 있으니 수술을 안 하고 내가 이겨낼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진료는 그런 느낌으로 끝났지만 아빠나 나나 모두 수술은 가급적 받지 않고 의지로 이겨내 보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나중에 받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아빠 친구분도 설사 수술을 받게 되더라도 110킬로인 지금보다는 90킬로까지 뺀 후에 받는 게 마취나 뭐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안전할 거라고 하셨단다. 


하찮지만 자신감이 좀 차있는 요즘의 난 왠지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길게 보면 의욕이 안 들어 일단 14일만 생각하고 있지만 10월 초 여행도 있고, 14일이 끝나면 여행을 바라보고 또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을 다녀오면 또 충전을 하고 그 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새로운 액션을 시작하고, 또 그렇게 주기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주면서 탄력을 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회사만 조금만... 도와준다면... 내 맘대로 되기 어려울 순 있겠지만... 너무 심해지면 휴직이라는 옵션도 있으니! ㅠㅠ


이와 별개로 차 타고 왔다 갔다 하며 아빠와 한 대화가 모처럼 좋았다. 의외로 나보다 훨씬 진취적이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었던 아빠. 성공사례를 많이 봐서 그런가,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고, 지금은 길이 안 보일 수 있어도 가다 보면 사람에게 기회는 3번 이상 찾아오며, 상황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는. 요즘 그 소소한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돌아오면서 아빠가 말했던 엄마의 정말 드문 식탐 에피소드도 웃겼다. 아빠가 한 얘기를 듣고 진심으로 빵 터져 웃었던 게 몇 년.. 그런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빠와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게, 이런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잊지 않도록 되새기고 남기는 차원에서 일기에 쓴다. 이래저래 해도 소중한 엄마아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잘해야 하는데. 


마무리하며.. 오늘 샐러드를 사 오며 봤던 새를 떠올려 본다. 샐러드를 사 오는 언덕길 나무에 움직임이 느껴져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가 있었다. 새 색이 잘 못 보던 회갈색이었는데 산비둘기였던 것 같다. 한 순간 저 새는 불곡산에서 왔을까, 나는 불곡산에 언제 올라갈 수 있을까, 이 조그만 언덕 올라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라는 생각을 했다. 저 새는 모르겠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걸. 날씨 참 좋다.


오늘의 감정: 나쁘지 않음. 나름 활력적. 평-온. 쾌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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