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펜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글 Sep 22. 2022

마음을 주고 받는 일

반으로 접은 쇼핑백 속에 네모난 반찬통이 들어있다.

열무와 배추 솎은 것을 어젯밤 남편과 김치로 만들었다. 번개불에 콩튀듯 풀 쑤는 대신 밥을 갈고 배와 양파, 마늘도 함께 갈아서 뚝딱 해치웠다. 내 입맛에는 너무 짠 것 같아 걱정스러운데 남편은 맛있어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김치 간을 확인했다. 어젯밤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짠 맛에 마음이 놓이는데 아마도 액젓이 김치 맛을 제대로 내 준 것만 같았다.


농장 옆에 사는 고모가 준 액젓은 집에서 담가 4년을 숙성시켰다고 했다. 창문에 비춰보니 맑은 와인 빛깔이 났다.


고모에게 맛 보여주고 싶어 남편 손에 들려보낸다. 주고받는 정을 알게 해 주는 손이 큰 고모다. 생초보 농사꾼일 때부터 10년 넘게 도와주고 가르쳐 준 은인이다.

좋은 인연이 곁에 있다는 건 행운이다.

김치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여보,  그릇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해."

매거진의 이전글 그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