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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Apr 04. 2022

떡실신 맞나요?

'떡실신'이라고 표현했다.

카톡에 올라온 손주사진을 보니 딸의 이 과장이 아니었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만 봐도 열에 시달리는 게 보이는 듯 했다. 마음읗 조리며 아침내내 연락을 기다렸다. 가족 마음이 그렇다. 얼마나 지났을까. 걱정하고 있는 우리에게 딸이 일련의  스토리를 전해줬다.


갑자기 열이 오른 아이를 안고 단골 소아과로 달렸다. 대기하고 검사하고 다시 기다리는 동안 손주는 절푸덕 아빠에게 몸을 맡긴채 쓰러져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안 간다거나 싫다는 말도 곧잘 하던 걸 생각하니 정말 많이 힘들구나 싶었다. 


결과를 기다리며 30분이 지났다. 별일 없기를 바랐지만 오미크론 확진자로 판정을 받았다.

심란한 마음으로 처방전을 가지고 쓰러져 자고 있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자칫하면 깰세라 몸통은 사위가 다리는 딸이 받쳐 들었다. 가방을 챙기고 병원문을 향하려는 순간,


아이는 열에 시달리고 있는지 눈도 못뜨고 있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약처방전을 받고,

딸과 사위는 장의자에 누워 '떡실신' 상태인 아들이 깰세라 매우 조심스럽게 안았다.

아픈 사람들로 꽉 찬 병원을 빨리 나오고 싶었다. 가방을 챙기고 병원문으로 향하려는 순간.


"엄마, 사탕 받고."


귀를 의심했다. 지쳐쓰러져 자는 줄 알았던 아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뽀로로 비타민을 아이는 사탕이라 불렀다. 

병원있던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딸과 사위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 와중에 사탕이라니. 아니 자는 거 아니었어?' 기가막혔다.

안쓰럽다는 생각도 잠시 잊었다.

바쁜 간호사도 웃으며 비타민을 챙겨 주었다. 


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우리부부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몇번을 재생하며 웃었다. 결코 양보할 수 없었던 사탕이었겠지. 병원은 싫어도 뽀로로 받는 재미로 참고 가는건데.


 손주의 아침이 그려진다


오늘 아침 열이 났다. 주말이면  엄마아빠랑  야외로 나갈 게 틀림없는데 일이 틀어지는 것 같다. 지난 주엔 아빠가 아파서 회사에  못 갔다. 몸이 뜨거워서 그런지 힘이 없고 자꾸 졸립다. 병원을 가야한다고 서두르는 엄마아빠를 물리칠 수없다. 그래도 사탕 두 개를 받을 수 있으니 좀 참아보자.


진료를 받았다, 다른 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아침밥을 못 먹어서 그런지 눈 뜰 기운도 없다. 잠이나 자자. 내 발에 양말과 신발을 신기는 손길이 느껴진다.  엄마아빠 소리가 들린다. 다 끝났나보다 . 이제 집으로 가겠지.  아빠가 나를 안았다. 엄마가 다리를 받쳐주니 더 편하다. 곧  간호사누나가 사탕을 주겠지.


'어? 그런데 조용하다.'  엄마가 잊어버린 게 틀림없다. 그냥 가면 안된다. 지금이다!

"엄마, 사탕 받고."


다행이다.  사탕껍질에선 바스락소리가 난다.


병원 문을 나오자 엄마가 물었다.

"무슨 맛 먹을래?"

나는 실눈을 뜨고 사탕 두개를 바라봤다.

보라색과 하늘색이다.

" 패티!"

보라색부터 먹어야겠다.

다시 눈을 감았다,

껍질을 벗긴 사탕알이 입에 들어온다.

달콤하다.

달콤한 잠을 잘 수 있겠다.

오~! 해피 데이.


아이의 순수함이 긴장된 가족들의 마음을 해제시켜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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