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기의 생일날, 많은 친구들이 축하해 주기 위해 우리 콘도 내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다. 이렇게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 문득 그 아이들이 어디 출신일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보며 은기에게 물었다.
은기야, 이 친구들은 어디서 왔어?
은기가 바로 대답했다.
얘는 비샨(Bishan)에서 왔어.
그리고 이 친구는 메리마운트(Marymount)에서 왔는데.. 왜?
사실, 나는 친구들의 국적이 궁금했던 건데,,, 은기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사는 동네 이름을 말했다.
그 순간, 잠시 나를 돌아봤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피부색이 다르거나 국적이 다른 친구와 가까이 지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은기의 대답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은기에게 친구를 구분 짓는 기준은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차이’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감하는 ‘정서’와 '추억' 일지도 모른다.
친구라는 존재를 그렇게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은기의 시선이, 오히려 내가 가진 편견을 돌아보게 했다. 싱가포르라는 다민족 사회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다양성은,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던 풍경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싱가포르 공교육의 특징 중 하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딸아이의 절친은 샤**라는 인도계 아이와 짜**라는 중국계 아이이며 3년째 같은 반이고 나도 몇 차례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이들이 함께 어울려 숙제를 하거나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파티를 열어주거나 혹은 반에서 여자아이들을 괴롭히는 공공의 적,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귀여운 복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어도 피부색과 출신성분 따위는 중요치 않을 것이다. 곧 졸업을 하고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겠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우정을 소중히 간직하길 바랄 뿐이다.
물론, 싱가포르라는 나라 자체가 중국인 이민자들과 말레이계, 인도계 그리고 유럽에서 이주해 온 소수의 유럽인들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이걸 싱가포르 공교육의 장점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교과서 혹은 공익광고를 통해서만 문화적 다양성이 우리 일상에서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가치임을 간접적으로만 접해본 나에게는 이러한 모습이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싱가포르에서 이런 다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아이가 자라며 다양한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 혹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진정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07년, 대한민국은 유엔(UN) 인종차별 철폐 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
우리는 유럽과 북미의 백인 이민자들에게는 호의적이면서, 정작 흑인이나 동남아 출신 유색인종에게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회사 근처 '스리 마리암만' 힌두 사원(Sri Mariamman Temple)에서, 2017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