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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만들기 가짜만들기

by 브로콜리 뇌미술

요즘의 ‘만들기 활동’이라고 하면 단순히 정해진 부품을 맞추어 조립하고 완성하는 방식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만들기 활동은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깊은 사고와 손동작을 요구한다. 자를 대고 길이를 재며 ‘이 정도면 될까’를 고민하고, 손끝으로 재료의 질감을 느끼며 깎고 다듬고, 잘 안 맞을 때는 형태를 바꾸어보는 과정 속에서 아이의 뇌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판단하며 학습하고 발달한다. 2025년도 10월 발표된 이탈리아 트렌토대 마음·뇌과학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학습 중 뇌의 특정영역에서 나타나는 활동의 ‘질’이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습득하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즉흥적으로 가이드에 따라 끼우고 붙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조작하며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왜?’와'아하~'가 반복되는 순간 순간, 뇌의 연결망은 더 촘촘하게 엮인다. 즉, 즐겁고 능동적인 활동일수록 뇌의 활동 품질이 향상되고, 그것이 학습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립만으로 끝나는 단순만들기와, 측정하고 가공하고 변형하는 복합적이고 분석적인 만들기의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바로 ‘사고의 개입 정도’에 있다. 단순만들기는 이미 정해진 답안지를 채우는 시험과 같다. 그러나 스스로 재보고, 자르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만들기과정은 탐구활동에 가깝다. 아이에게 도움이되는 만들기는 아이를 완성보다 과정에 몰입하게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실수를 통해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이때 뇌는 만들기활동이 단순한 반복적 기억이 아닌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실제적 탐구활동 기억’으로 저장된다.


아이들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의 집중상태는 마치 명상상태와도 같다. 그 안에서 아이의 뇌는 감각정보와 운동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며, 오감의 협응 속에서 ‘기억의 흔적’을 남긴다. 이 기억은 단지 결과물의 모양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던 순간의 사고과정과 감정을 함께 저장한다. 그래서 측정하고 가공하며 만드는 진짜만들기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손의 기억이 곧 뇌의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만들기 활동은 ‘얼마나 예쁘게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사고했는가’에 달려 있다. 아이가 새로운 시도를 즐길 수 있을때, 뇌는 스스로의 한계를 확장하며 성장해 나간다. 브로콜리뇌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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