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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리더십과 현실적 고민 사이에서

노조 위원장과의 4년

by 백말띠

처음 만난 위원장 - 불만이 많은 사람?

노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단연 위원장이다.

약 4년간 위원장과 함께 일하면서, 사실 즐거운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았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 위원장을 봤을 때의 심정은 이랬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 싫으면 떠나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내 첫인상이었다. 그런데 곧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높은 성과를 냈고, 여러 차례 수상도 한 회사의 핵심 인재였다. 그런 그가 노조를 설립했고, 나는 그의 곁에서 노조의 주된 업무를 맡고 있다.


강한 협상력의 비결 - 법률 공부와 전략

첫 협상 테이블에서 다룬 주제는 직장 내 괴롭힘 이슈였다. 사측이 어떻게든 문제를 축소하려 하면, 위원장은 가차 없이 강하게 대응했다.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 그럴 때면 다소 민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는 늘 근거가 있었다.

위원장은 협상 전에 법률 자문을 받고, 노조 사무실에서 노동법을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협상 자리에서도 그의 오른손에는 빼곡한 메모가 붙은 포스트잇과 노동법 책이 들려 있었다. 법률적 근거를 활용하는 그의 협상 방식에 사측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위해 업무 외 시간을 쪼개 가며 법을 공부하는 모습은 대단했고, 조합원들을 동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도 존경스러웠다.


강경한 태도의 빛과 그림자

그런데 존경할 부분만큼이나 실망스러운 순간도 많았다. 위원장은 회사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자주 고성을 높였고, 사장이나 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도 협상이 결렬될 것 같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곤 했다. 남겨진 나와 사무국장은 난처한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물론, 그것도 위원장의 전략이었다.

강경하게 나가면 사측도 더 빠르게 플랜 B를 제시할 것이고, 노조 역시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협상 능력이 부족한 내게는 미팅을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졌다.


예측 불가능한 협상 스타일, 고민이 되다

연봉 협상에서도 위원장의 태도는 단호했다.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해에도 그는 쉽게 사측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매년 회사는 재무제표를 제시하며 적자를 강조했고,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사측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다. 그러나 위원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작년 대비 임금 인상, 최소한 업계 평균 이상의 대우를 주장했다.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고, 사측이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위원장은 곧바로

"노조 집행부 여러분, 일어나시죠. 더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라며 자리를 떠났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이후 피드백 과정에서 그는

"이미 회사가 노조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으며, 강수를 두지 않으면 동결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전략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사전 조율 없이 돌발적으로 행동하는 점은 나를 지치게 했다.


노조의 방향성 - 강성만이 답일까?

이제는 그의 돌발 행동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위원장 역시 전략을 사전에 공유하는 일이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그의 강경한 태도가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이끈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노조의 모습은 강성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면서도, 부당함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노조를 만들고 싶다.

현재 내 목표는 아직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조합원들을 더 유치하는 것이다. 회사 내에는 아직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이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다수가

"위원장의 너무 강경한 태도가 부담스럽다."라고 답한다.

나 역시 처음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직원이 같은 이유로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

나는 이 간극을 메우고, 더 많은 직원이 노조를 통해 고용 안정과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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