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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Mar 27. 2024

할미 행사장 가는 길

에세이

오늘도 마음이 바쁘다 다른 할미들보다 일찍 도착하면 선물 하나라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 딸은 행사장 가는 어미를 눈 흘기며 바라보다 돈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다

자신 있게 쌀 4킬로 1000원에 팔고 오리고기 공짜로 주니께 그것만 받아가지고 온나  루루 휘파람을 마음속에 담은 채 무릎통증은 잊어버리고 달려간다

출석부 도장도 중요하제 열심히 나오면 더 뽀나슨가 있다고 했응께  비뚤거리지만 몰라볼까 봐 정자체로 머리 굴려 쓴다

할미들 자리 잡자 총각들이 나와 재롱부리며 엄니엄니 하며 살갑게 구니 마음이 절로 즐겁다 저 총각들은 와 이리 재미있을꼬 오늘은 뭐 판다냐  한번 바르면 주름이 다리미로 얼굴 다리듯 확 핀다는 화장품 선전이다 일찍 간 나를 모델로 열심히 치덕 치덕 바르며 고와졌다고 칭찬이 침 튀기며 공중에 퍼진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핀다 그려 나도 젊을 때는 한가락했지  우쭐대는 마음이 벅차오르며 꼬깃꼬깃 신사임당 할매를 들어 올린다 봐라 나도 이것 살 정도로 부자당께 돈 없는 할미 더 고개 숙이라고 쌈지 돈 뿌리고 덤으로 주는 먹거리 잔뜩 봉지에 담아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4킬로 쌀이 무거우랴 커다란 화장지 들고 가는 것 대수냐

이게 거의 거젼대 오늘은 너무 이득본 날이제  하하 웃으며 이고 지고 보따리 들고 오는 내 마음에 노랑나비 펄럭이며 뒤따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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