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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Sep 30. 2024

박물관 도시 에보라(Evora)에서 술 한잔

포르투갈여행


상업도시 에보라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과 12세기 성당등 유물이 잘 보존된 역사적 도시로 1986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시이다. 역사적 유물이 풍부하여 '박물관 도시'라 불리며 5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에보라 전체가 중세 성벽으로 둘러 쌓여 서기 1세기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유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제일 먼저 디아나신전(Templo de Diana)이 우릴 반긴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하게 하는 디아나 신전은 2세기말 로마인들이 여신'디아나'를 모셨던 신전이다. 이베리아 반도에 남아있는 신전 중 가장 큰 규모로 아름다운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있다. 디아나는 달의 여신으로 영어명은 '다이애나'이며 '빛나는 것'의 의미로 숲의 여신이나 사냥의 신, 임신과 출산을 돕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화감암 토대 3면에 세로로 지어졌으나 현재는 대리석으로 만든 14개의 코린트식 기둥만 남아있다. 그리스 파르테논을 보아서인지 조금 왜소하게 느껴지고 상당히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있었다. 예전의 신성시되었던 곳이 지금은 폐허처럼 놓여 씁쓸하다.

1910년 국보로 지정된 프란시스쿠 성당 앞으로 갔다. 외부는 고딕양식전형에 바로크양식이 섞인 건축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안타깝게 내부를 관람할 수 없었지만 '이세의 나무'계단이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다시 골목길에 들어서니 기념품을 파는 예쁜 골목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에보라에서 유명한 코르크로 만든 제품들이 눈길이 간다. 병마개로만 알고 있던 코르크나무가 모자, 가방, 신발 등 다양한 형태로 상품이 되어 진열되어 있었다. 포르투갈은 전 세계 코르크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그중 에보라 지역은 코르크나무 숲이 널리 퍼져 있어 코르크로 유명하다. 코르크 제품이 방수도 되고 가볍다는 말에 코르크재질의 가방을 슬며시 흥정해 본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에보라의 중심지 히랄도 광장(Praca de Giraldo)이 나온다. 40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분수대가 크지는 않았지만 중앙에 자리 잡고 있고 이 광장을 주변으로 공공 모임과 카페들이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광장의 분수대 옆에는 에보라에서 중요한 산토 인티오 교회도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탐방에 나선다. 마침 성당종소리가 울리며 좁은 마을에 울려 퍼진다. 우리는 히랄두 광장 주변 골목에 죽 늘어선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포르투갈의 밤을 즐기려고 테이블에 앉았다. 핑크빛 청년이 다가와 주문을 했고 우리는 그 청년의 추천 메뉴를 받아 에보라에서 난다는 와인 EA를 주문했다. 밤바람은 부드럽게 우리 얼굴을 스치고 우리 4 자매는 포르투갈의 기운을 흠뻑 들이마신다. 주문한 술이 나오자 건배를 하기 위해 잔을 들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술병을 제대로 따지 못하고 낑낑대며 오늘이 처음 아르바이트 나왔다고 멋쩍게 웃는다. 서툰 모습이 너무 귀여워 우리는 그 아르바이트생과 잠시 즐거운 대화를 한다. 핑크빛 티셔츠를 입은 그의 얼굴이 더 당황해하며 간신히 병뚜껑을 따고 우리에게 술을 따라준다. 그리고 에보라에서만 살아서 한국은 물론 다른 도시나 나라에 대해 잘 모른다고 연신 미안해한다. 그런 모습들이 우리 4형제의 포르투갈 밤을 더 유쾌하게 만든다. 마지막 돈 게산할 때까지 서툰 모습으로 우리를 웃게 해 준 에보라 청년은 포르투갈의 에보라를 즐거운 기억 속으로 남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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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 일어나 주변 골목을 산책하였다. 숙소 뒤로 분홍색 교회와 첨탑의 닭이 눈길을 끈다. 텅 비어있는 공터엔 잘 관리되지 않은 유물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지친 듯이 서 있는 모습들도 보인다. 약간 유물들이 방치된 느낌이어서 안타까웠다.

차량도 다니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에보라 도시는 현대의 편리함을 버리고, 유산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작은 마을인 것 같다. 길게 성벽으로 둘러싸인 역사의 도시 그리고 그 도시와 연결된 18Km의 아름다운 긴 수로를 뒤로 하고 우리는 마르바오를 향해 버스를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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