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지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야 할 곳'으로 이름을 올린 마르바오 '고성마을'은 포르투갈의 알렌테주 지역에 위치해 있다. 13세기 화강암 절벽으로 세워진 성벽으로 둘러싸여 높이 900m 언덕에 숨겨진 '독수리의 둥지'로 알려져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노벨상 수상작가 '호세 사라마고'는 이곳에서 세상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탁 트인 시야로 알렌테주 지역의 광활한 평야가 눈에 들어온다. 높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 옆으로 스페인과 국경선을 이루며 멀리 스페인이 보인다. 이 마을이 위치한 국경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국경으로 아랍, 게르만족, 스페인, 고트족등 여러 민족의 침략을 받아 독립과 합병을 여러 번 반복하다 9세기 이후부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선으로 되었다고 한다.
고성 올라가기 전 광장에 세워진 하늘 향해 손을 들고 있는 긴 폴대가 이곳이 최고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마을은 작고 조용하였으며 우리는 예쁜 골목길을 따라 성벽으로 향한다.
성곽을 올라가는 마을 내부는 좁은 골목길로 고딕양식의 아치형태 혹은 꽃장식이 있는 하얀색 집들이 골목을 장식하고 있다. 예쁜 꽃들이 집들과 어우러져 골목을 장식하고 있으며 특히 수작업으로 만든 소품과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어진 전망대가 나온다. 높은 산 아래 펼쳐진 풍경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꽃들로 가꾼 정원 전망대이다.성벽을 올라가기 위해 잘 걷지를 못하는 큰언니를 전망대에 있으라고 남겨두고 성곽을 오른다.
왜 이곳이 뉴욕타임지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을 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긴 성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성벽이 펼쳐진다. 산꼭대기에 세워진 이 성곽은 아래로는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위로는 파란 하늘과 맞닿을 것처럼 당당하게 서있다. 주변 나무들은 그들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우람하게 펼쳐져 있고 성곽을 따라가며 중세로 돌아간 이 세대를 잠시 만끽해 본다.
고성을 올라가다 산을 따라 층층이 높인 계단이 보이며 그 풍광을 만끽하라고 벤치옆에 아름다운 화분을 놓은 손길도 주변의 경치를 더 돋보이게 한다. 경사진 비탈길 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꽃과 함께 머릿속에 저장하며 성곽을 오른다.
돌틈 사이로 높은 산 위에 자라는 꽃들은 역경 속에서도 꽃을 피워 생명의 위대성을 실감 나게 한다. 성벽을 지을 당시의 긴장감이나 고통이 사라지고 오랜 세월 묵묵히 서 있는 성곽 그리고 풀도 잘 자라지 않을 높은 산에 세워진 성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으며, 외세의 침략을 막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땀을 흘렸을 사람들을 잠시 생각해 본다. 한 바퀴 돌고 출입구 쪽으로 나오니 고성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도 보인다.
언니가 걱정되어 하산을 서두른다. 그런데 전망대에 언니가 보이지 않아 일행을 따라갔나 보다 생각하고 좁은 골목길을 내려온다. 미로 같은 골목이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다 대기 중인 버스로 내려오니 언니가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에 남아있으라고 했는데 아마 전망대 근처를 배회하는 사이 엇갈린 모양이다. 미로의 골목을 언니가 잘 내려올 수 없을 것 같아 가이드와 서둘러 전망대 정원으로 올라가 기다리고 있는 언니를 발견했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핸드폰 데이터 로밍도 하지 않아서 연락할 길도 없고 주변 사람들도 거의 내려가 인적이 드문데, 온다던 동생들이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생각하니 전망대 주면을 확인하지 못한 경솔함에 미안해진다.
여행은 예기치 않은 변수가 자주 생긴다. 패키지니까 별일 없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여행은 종종 변수가 있는 것 같다. 이럴 때 핸드폰에 유심칩을 끼우거나 데이터 로밍을 해서 가이드나 일행들과 연락이 되게끔 하는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