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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Oct 07. 2024

십자군 이끌던 템플기사단의 그리스도 수도원-토마르

포르투갈여행


마루바우를 떠나 십자군으로 유명한 토마르에 점심을 먹으로 레스토랑에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깃발이 펄럭이는 시내 한복판의 유럽의 정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너무 예뻐 곳곳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일행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분명 눈앞 식구들을 눈으로 뒤따라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순식간에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간 모양이다.

잠시 당황하여 일단 큰 건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지금 위치를 알려줄 방법은 큰 건물을 확인해 알려주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해서이다. 지난번엔 큰언니를 고성의 정원에 두고 와서 찾으러 가고 이번엔 내가 말썽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은 건 유심칩으로 핸드폰이 작동되어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이드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 이번에는 동생에게 카톡으로 연락을 해본다. 카톡을 들여다볼까 약간 걱정되기도 하였다. 레스토랑 들어가기 전 마지막 인원까지 확인하지 않은 가이드도 잘못이고, 다른데 신경 쓰느라 일행을 놓친 것도 내 잘못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누군가 레스토랑 입구에서 안내를 해 줬어야 하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번 언니사건도 있어서 가이드에게 미안해 동생에게 연락하여 다행히 카톡으로 위치를 확인받아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할 때는 어디를 잘못가도 상관이 없는데 패키지의 끌려다니는 불편함과 내 실수인데도 끝까지 나를 챙겨주지 않은 서운함이 갑자기 밀려온다. 반대로 동생들은 믿었던 언니까지 민폐 끼친다고 눈을 흘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십자군 마크가 있는 예쁜 골목길을 구경하고 큰 호수가 바라보이는 공원에 오자 북을 두드리는 경쾌한 음악이 들려온다. 갑자기 그들 앞에서 잘 추지 못하는 춤을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본다 그들의 음악 세계시 빠져들며 슬며시 나의 기분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한다. 역시 음악은 사람 기분을 풀어주는 특효약 인가보다.

이윽고  버스에 올라타 그리스도 수도원으로 향한다. 십자군을 이끌던 장소답게 십자군 복장을 하고 관람하는 아이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토마르에 위치한 그리스도수도원은 12세기 처음에는 성전 기사단의 요새로 사용되다가 14세기 성전 기사단이 해체되면서 그리스도 기사단의 요새로 변경되어 레콘키스타 즉 국토회복운동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되었다.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등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수도원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물이다. 작은 정원이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특이하게 그곳에 수도승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었고 수도사들이 세탁하는 세탁회랑(Washing Cloister)식사하던 식당, 빵 만드는 화덕 그리고 안 저장고등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곳곳에 곡선으로 건축된 내부는 자금까지 본 건축물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마치 종이를 접은듯한 마누엘 건축양식의 정교하고 화려한 건물은 과거 12세기인데도 그들의 예술적 감각과 뛰어난 기술을 보여준다. 1626년에 만들어진 포르토카레이스 예배당(Portocarreiros Chapel)의 아줄레주 타일 장식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회랑을 지나면 원형모양의 성당이 나오는데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를 모델로 만들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성당 내부의 공간이 모두 예술작품이었다. 그 화려함 속에  불쌍한 예수님의 십자가가 더 슬프게 다가온다.

각각의 방들은 규모 있게 잘 짜이고 곳곳의 그림들도 선을 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주앙 3세 랑이다. 이곳이 예술작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절정의 건축물인 것 같다, 마치 돌을 찰흙으로 빚어 놓은 듯한 정교한 아름다움이었다. 스페인의 가우디 작품이 이곳의 영감을 받았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특히 성당 중앙의 독서대가 흥미로웠다. 가이드가 노래할 사람을 추천받아 독서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하니 큰 홀이 그 사람의 음성으로 울려 퍼지며 악기로 연주하지 않았는데도 반향이 커진다. 신기했다. 어떻게 이 큰 홀이 마이크도 없이 울려 퍼지면서 공간을 지배하는 것일까? 반주 없이 노래하는 소리가 악기의 울림처럼 퍼져나간다.

관람을 마치고 버스에 타려는데 갑자기 막내가 지갑을 회랑에 두고 온 것 같다고 한다. 허겁지겁 회랑을 가보니 이미 다른 관광객이 설명을 듣고 있었고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하며 버스에 도착해 좌석을 보니 가방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패키지여행의 중반이어서 일까? 오늘은 해프닝 연속이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피곤도하고 서서히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은 젊을 때 가라 하나보다. 그래도 민속악기에 맞춰 남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춤도 추고, 찰흙으로도 빚을 수 없는 정교한 아름다운 궁전을 본 멋진 날로 하루를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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