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0년 설립된 코임브라 대학은 포르투갈 중부의 아름다운 코임브라 언덕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역사가 가장 긴 대학교이다. 또한 대학 자체가 2013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광범위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통해 포루투갈어권과 이베리다지역에서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다. 대학교 캠퍼스는 구대학과 신대학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 대학의 가장 장점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조이아나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임브라 대학교 정문에는 이 대학을 설립한 디니스 1세 동상이 있는데 디니스 1세는 포르투갈 6대 왕으로 문학과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1290년에 어스투두 제랄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으나 1537년 주앙 3세가 코임브라로 정착시켰다한다.
역사가 오래된 대학교 자체가 관광객들이 꼭 봐야 할 곳으로 정해졌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망토를 두른 2명의 대학생들이 기념품 볼펜을 들고 마중 나온다. 코임브라 대학은 대대로 이어지는 교복의 전통이 남자는 검은 재킷에 바지, 여자는 흰 셔츠에 검정스커트를 기준으로 하고 검은 넥타이와 망토를 두르면 된다. 해리포터의 교복이 코임브라대학의 교복에서 영감을 받아 호그와트 마법학교 의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법의 학교에서 걸어 나오는 듯 검은 망토를 입은 대학생 둘은 끝이 학사모가 달린 볼펜을 보여주었다. 예쁜 볼펜들을 구입하며 그들과 함께 사진도 찍어본다.
이윽고 어디선가 밴드소리가 들려 걸어가 보니 대학생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며 연주와 공연을 보여준다. 힘찬 국기를 흔들며 교내 버스킹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관광객들이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라 흥미로웠다. 대학생들이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교복을 입고 버스킹을 하며 판매 수익금은 동아리 활동이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봉사하는 기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아울러 망토를 입고 파두를 공연하는 코임브라 파두도 유명하다.
교정에 들어가기 전 철의 문(Porta Rerrea) 앞에는 지혜와 기술을 주관하는 신인 미네르바 지혜의 신이 바닥에 그려져 있어 그곳에서 지혜를 주십사 기원하며 사진을 찍고 교정에 들어간다.
교정으로 발을 들어서니 넓은 광장의 우뚝 선 동상과 건물이 보인다. 이 동상은 주앙 3세로 교정의 중앙에 세워져 있고 예전에 왕궁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 구대학교 건물이 화려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제일 왼쪽 건물이 유명한 조아니나 도서관으로 1728년 주앙 5세가 건립했다고 한다. 이곳은 책의 보존을 위해 20분 간격으로 20명의 인원이 제한되어 입장한다. 정해진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우리는 지하부터 구경하기 시작했다.
지하 1층에는 책을 보수하는 곳도 있고 다양한 많은 책들이 둘러싸여 있다. 체계적으로 잘 관리된 책들이 귀하게 보존되어 진열되어 있어 부러웠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곳에도 엄격한 규율이 있어 잘못을 저지르면 지하 내부의 학생 감옥으로 간다. 책을 훔친다거나 문제가 있는 학생이 대학의 법률에 따라 총장의 판결로 감옥으로 들어오면 지하 2층 방에 가두어 둔다. 그곳에 화장실이 없어 궁금했는데 가이드가 계단을 올라가 웅덩이에 앉으라 한다. 그곳이 바로 화장실이란다. 바로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방식인가 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규율을 정하고 벌을 주고 하는 모습이 인간의 삶인가 보다. 어느 세대나 문제가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학생 감옥까지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요즘보다 더 엄격한 규율이 놀라웠다.
이윽고 조아니나 도서관의 문이 우리 일행을 위해 열리고 바로크 양식의 금빛 도서관과 수많은 책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금박장식과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장식과 프레스코 천장 사이에 곱게 보존된 책들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본 도서관중에 가장 화려한 도서관을 본 것 같았다.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희귀 도서와 라틴어 고서가 무려 30만 권이 소장되어 있고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책의 보존을 위해 사진 찍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책을 갉아먹는 책벌레를 잡기 위해 박쥐가 산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알았다. 밤에는 박쥐의 똥을 막기 위해 책을 천으로 덮어둔다고 한다. 수세기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이렇게 예쁘게 보존하는 후세들로 인해 역사가 계속 발전하고 계승되나 보다.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 방을 개방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느꼈다. 그래도 아쉬워 기념품샵에 들리니 화면에 반가운 사진 있어 재빨리 캡처해 본다.
잠깐의 중세의 구경을 마치고 옛날 왕궁으로 사용되었던 옆 건물에 들러서 학생들의 강의실을 관람했다. 무기의 방(Sala das Armas)에는 대학공간을 지키던 옛 왕립 근위대의 무기가 전시되어 있으며 요즘에는 총장취임식등 엄숙한 학술 의식에만 사용된다고 한다. 이어서 노란색 방(Sala Amarela)에는 노란색 실크를 사용한 벽으로 총장을 비롯한 저명인사들의 교류 장소로 사용되고, 그레이트홀은 포르투갈의 첫 왕좌가 있던 방으로 포르투갈왕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예전엔 왕의 대관식이 거행되던 곳으로 현재는 학교의 공식행사가 열리는 장소이다.
여러 방을 거쳐 2층에 도착하니 코임브라 시가지가 보인다. 높은 곳에 대학교가 위치해 있어 코임브라의 도시의 정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학교 기념품샵에 들러보니 다른 관광상품과 다르게 이 대학교 특성을 지닌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유서 깊은 학교를 기념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
대학을 빠져나오며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니 여기도 대학교답게 학교에 대한 낙서가 벽에 가득하다. 언제 누가 써 놓은 글일까? 낙서 중 이 글귀가 마음에 든다. '잠 못 이루는 밤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또는 거대한 괴물을 낳는다.' 잘 번역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좁은 언덕 골목길을 빠져나와 최초로 자갈로 포장된 페레이라보르게스 거리에 들어선다. 포르타젱 광장에서 산타크루즈 수도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포르투갈 전통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 패션샵 등이 거리에 가득하다. 대학교에서 싱싱한 젊은 기운을 맛보아서일까? 저절로 젊어진 것처럼 마음도 가볍다. 그 기분 삼아 쇼핑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본다.
마침 세일을 한다는 신발가게에서 예쁜 샌들하나를 집어 들고 나오는 기분으로 십 년은 젊어진 것 같다. 거리에서 여러 명이 졸업을 앞두고 합창으로 음을 맞춰 버스킹 하며 부르는 코임브라 대학생들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해리포터의 마법의 세계에 잠시 들렀다 온 듯한 기분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