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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Oct 14. 2024

가톨릭성지 성모마리아 발현 -파티마 성당

포르투갈 여행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매월 13일 파티마의 코바 다 이리아(Cova da Iria)에서 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야친타 세명의 양지기 어린이에게 성모마리아가 나타나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그리고 전쟁 종식의 평화를 기원하며 기도 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당시는 세계 1차 대전의 시기로 13일마다 성모가 나타나 예언을 해주는데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 예언도 하였고, 이와 같은 성모발현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마지막 6번째 발현인 10월 13일에 성모 출현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이윽고 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빛이 발하면서 약 7만 명의 사람들이 태양이 회전하고 색깔이 변하는'태양의 기적'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 후 1930년 레이리아 주교가 파티마 성모발현을 로마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파티마 성당 착공이 시작되어 1953년에 완공되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메주고리예서도 여섯 명의 아이들이 마을외곽의 언덕에서 성모마리아를 보았다고 증언했다. 성모발현으로 수많은 가톨릭 신도들이 순례를 하러 메주고리예에 오지만 로마 교황청이 성모발현을 승인은 하지 않고 정식으로 승인한 장소는 바로 파티마 성당이다. 보스니아 메주고리예에 여행했을 때 성 야고보 성당을 가본 적이 있었다. 본당도 크고 특히 야외에 예수의 탄생 과정 등을 보여주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으며 성경 구절을 천천히 음미해 보았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다 갑자기 나타난 관에서 막 일어난듯한 거대한 예수상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1981년 야외에 설치된 거대한 예수의 동상은 '치유의 예수상'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예수상 오른쪽 무릎에서 흘러나오는 치유의 성수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줄이 너무 길어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밤에 다시 방문을 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 들판에 거대한 예수님이 홀로 큰 십자가에 매달려 계셨다. 성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큰 감명을 받고 오른쪽 무릎의 성수를 손으로 받으며 기도를 했던 생각이 났다.


바티칸에서 인정한 성모발현지를 파티마에서 다는 생각에 종교가 없는 나도 가슴이 뛴다. 특히 우리가 도착한 날은 13일이어서 13일마다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더욱 기뻤다.

파티마 성당에 도착하니 큰 광장 중앙에 파티마 성당의 중심건물인 로사리오 대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광장을 걸어가니 엄청난 높이의 가느다란 십자가에 가냘픈 예수님 동상이 하늘의 구름사이로 빛을 발하며 세워져 있다. 메주고리예 예수님 동상을 본 나는 너무 대조적인 예수님 상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거대한 '치유의 예수상'앞에서  예수님 무릎 사이 성수를 만지며 치유를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을 본 나는, 가느다란 십자가에 매달린 대조적인 예수님을 보고 잠시 당황스러웠다. 똑같이 야외인데 너무 느낌이 달라서였을 것이다.

십자가 앞에는 3번이나 파티마를 방문하셨다는 바오로 2세 동상도 있었다.

성당으로 가는 광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무릎을 꿇고 걸어가며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받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정해진 길이 아닌데도 기도와 참회를 하며 곳곳에서 무릎을 꿇고 걷는 신자들이 눈에 띈다. 성당 앞에는 예수님이 양팔을 벌려 어서 오라고 반기신다.

첫 번째 건물인 성삼위일체 대성당(da Santissima Trindade)에 들어서니 큰 좌석이 구비된 거대한 홀 중앙에 십자가가 놓여있고 곳곳에 기도하는 신자들이 보인다. 이 성당의 초석은 요한 바오르 2세가 베드로의 무덤에서 나온 돌로 기증을 했다고 한다. 들어가는 문은 창세기의 천지창조를 표현한 문이고, 들어가니 성경구절을 26개국 언어로 표현한 곳이 있는데 한국어가 보여 반가웠다. 비잔틴 양식과 정교회 양식으로 장식된 이 홀은 8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홀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가톨릭 성당이라 한다. 기도하는 사람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자리에 앉아 경건한 마음을 가져본다. 자리에 앉아 예수님의 얼굴을 보니 지금까지 보아왔던 예수상이 아니었다. 여기에 표현된 예수상은 전 세계의 얼굴을 합성하여 표현했다고 한다. 매년 400만 명의 순례자가 모인다는 성스러운 순례지여서 일까?  광장 입구부터 회개의 길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에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며 종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성모 대성당으로 들어가기 전 성모발현한 장소에 작은 성당이 세워졌고, 성모님이 발현했을 때 발을 디디고 서 있던 참나무 자리에 성모상을 모셔서  많은 집회들이 이곳에서 예식을 치른다. 오늘 밤에도 13일 예식이 이곳에서 거행된다고 하여 밤에 다시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그 옆에는 초를 봉헌하는 곳이 마련되어 여러 나라에서 온 신도들이 긴 줄로 초를 봉헌하려고 기다린다.

여러 사도들이 탑으로 장식된 로살리오 바실리카 파티마 대성당은 성모마리아께 봉헌된 성당으로 1828년 시작되어 1953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높은 종탑이 있는 성당은 입구는 마리아상이 있고 대리석 기둥이 늘어진 양옆에는 포르투갈 성인 4명을 포함한 17개의 성인상이 있다.

 성당 내부는 순백으로 더욱 성스러웠으며 처음 성모마리아 발현을 목격했던 3명의 목동들의 묘도 있었다.

13일이어서 저녁 예배가 성모발현 소성당에서 개최한다는 가이드 이야기를 듣고 6시에 다시 파티마 광장으로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성당 주변으로 모여 의식에 참여하고 있었고 순례자들이나 각 나라의 신부님 그리고 신도들이 함께 모여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의 단체도 보인다. 간간히 그 둘레를 무릎을 꿇고 회개의 기도를 하며 주변을 도는 신도들이 눈에 띈다.

미사가 끝난 후에 촛불기도 행사가 이어서 행해진다고 하는데 밤이 늦어 불행히 이 행사는 참여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촛불기도행사는 당일 참석하신 신부님들의 나라 언어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참여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우리 일행 중 가이드를 비롯한 가톨릭 신자들은 이 행사에도 참여해 매우 인상 깊은 밤이었다고 전해주었다.


종교란 항상 미지의 세계다. 불교에서  몸을 땅에 붙이고 가는 '오체투지' 행위도 흥미로웠는데 파티마 성당의 무릎 꿇고 묵주기도를 올리며 걷는 것도 처음 보는 인상적인 것이었다. 이마, 두 팔, 두 다리 다섯 가지 신체부위를 땅에 닿게 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부처님께 바치는 '오체투지'로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이 있다면, 파티마 성당에서는 무릎을 꿇고 걸으며  고통을 감내하면서 성모 마리아의 메시지를 따르고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회개와 기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그로 인해 평화와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가톨릭의 의미가 마음에 생생히 다가온다. 아울러 지금도 전쟁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전쟁이 종식되어 평화의 날이 올 거라는 성모님의 또 다른 메시지도 전해주셨으면 하고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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