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트라 (Sintra)는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8km 리스보아현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대도시에서 벗어나 강원도 산길을 가는 것처럼 숲은 나무들로 뒤덮여 있고 그 사이로 다양한 건축 양식의 별장과 성채가 차창밖으로 지나간다. 영국 시인 바이런은 이곳을 ‘에덴의 동산’이라 칭하기도 했다는 신트라는 포르투갈에 다시 온다면 이곳에 숙소를 구하고 일주일 가량 머물고 싶은 곳이다. 유심히 숙박을 살펴보니 시골집처럼 생긴 집에 숙소가 있는 듯하다. 신트라 페나성과 자연이 어우러진 건축물의 아름다운 조화로 마을 전체가 199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페나성으로 가기 위해 관광버스에서 내려 페나성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탔다. 길이 좁아서 셔틀버스처럼 전용 버스나 마차를 이용해서 페나성으로 들어간다. 이끼가 끼어있는 돌담을 따라 산꼭대기 부근에 멋진 성이 멀리 보인다.
입구에 내려 다시 성으로 올라가는 초록색 미니 버스를 기다린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일부는 숲길을 걸어 올라가기도 하고 우리는 미니 버스 대기를 하다가 간신히 승차하여 성 앞에서 내렸다.
내리는 순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노란색과 주홍색이 어우러진 동화 속의 성이 나온다.산꼭대기에 세운 이 성은 이슬람, 르네상스, 고딕등 여러 문화가 혼합되어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19세기 낭만주의 결정판인 독창적인 건축물이라 한다.
페나성은 독일출신 페르난두 2세가 아내 마리아 2세를 위해 지은 여름 궁전으로 1839년에 완성되었으며,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포르투갈 왕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었다. 보존 또한 잘 되어 있으며 포르투갈 왕실이 사용한 이후로 여러 차례 보수 공사와 확장 공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양식이 혼재되어 이국적인 느낌과 동화 속의 궁전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페나성 안으로 들어서자 둥근 아치형태의 건물과 기하학적인 아줄레주문양의 마누엘린 회랑이 보인다. 하늘로 뻥 뚫린 회랑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의 방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19세기 포르투갈의페르디난드 2세의 흉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서 사교공간으로 쓰는 그레이트 홀을 지나 왕실에서 쓰던 24인용 식탁 테이블 그리고 주방의 정경 등 그 당시의 생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어느 왕과 왕비의 침실이었을까? 이곳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지금 우리들처럼 많은 고민과 갈등 그리고 사랑이 있었을 공간을 보니 그들이 가꾸고 설계한 아름다운 인테리어 속에서 어떤 사고로 살았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액자에 걸린 왕과 왕비들은 이 공간에서 화려한 장식만큼이나 행복했을까? 정교하게 세공된 조각품과 어우러진 공간을 보며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궁전의 내부를 둘러보고 여왕의 테라스라고 하는 곳으로 나오니 노란색의 화려한 궁전의 모습과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이 나온다. 날씨가 흐려서일까? 아니면 고지대에 세운 영향일까? 온통 주변이 안개로 둘러싸여 신비롭기만 하다. 노란색의 궁전과 짙은 안개가 묘한 신비감을 준다.
이어서 8~9세기경 무어인이 리스본 외곽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성곽이 구름사이 절벽을 따라 세워져 있다. 만리장성처럼 산등성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성벽을 걸으려니 경사가 가파른 곳도 있고, 안개에 싸여 앞사람도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성벽 아래는 절벽으로 되어 잘 볼 수 없지만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현시대가 아닌 중세의 안개속 성벽을 걷는 느낌이다. 아련히 보이는 성벽을 따라 꿈속 같은 절벽을 걸으며 무어성을 내려온다. 날씨가 맑았으면 아래로 신트라왕궁이, 위로는 페나성이 보인다고 하는데 안개에 싸인 채 신비의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예전 중국 장가계 여행 갔을 때 발아래 구름사이로 세상을 보여주지 않던 구불구불한 길들이 겹쳐온다. 산 위 높은 곳에 궁전이 있어서인지 세상과 동떨어져 중세의 한 길을 걷는 듯 묘하게 낭만적이었다.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내려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페나성의 유명세만큼 곳곳에 예쁜 소품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포르투갈의 정어리가 예쁘게 그려진 테이블보가 시선을 끈다. 다양한 그림의 정어리가 여러 형태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아름다운 동화의 페트라성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 마그네틱과 더불어 정어리테이블보를 가방에 넣고 호텔로 향한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뜻밖의 풍경은 나를 설레게 하고, 포르투갈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숲 속 한가운데 숙소를 잡고 여러 성을 돌아보며 느리게 흐르는 여유로운 자연의 풍광과 그들의 숨결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