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남부 최고의 휴양지라 불리는 작은 어촌마을 '알부페아라'로 일찍 길을 나선다. 이 배나길은 세계 Top10안에 드는 바다 전망을 가지고 있는데, 해변에는 오랜 시간 층층이 형성된 금빛 퇴적층이 쌓여있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황금빛 퇴적층에 흰빛으로 지어진 집과 파란 하늘에 우뚝 솟아있는 야자수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사막에 온듯하기도 하고 그리스 산토리니의 절벽 위에 세워진 하얀 집들의 광경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포르투갈의 풍경이 예쁘다고 했지만 색다른 모습으로 배나길은 아름다웠다.
이곳은 배나길 동굴이 유명한데 터어키의 카파도키아 동굴을 연상하게 하는 동굴이었다. 카파도키아 동굴은 하얀 동굴 속에 박해받은 순례자들이 주거로 사용해 구멍마다 동굴 집이 신비로웠는데, 포르투갈은 산이 아닌 바다로 하늘을 향해 혹은 바다를 향해 하얀 동굴이 그림처럼 뚫려 있다. 바다의 색은 옥색으로 빛나고 있고 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에 힐링을 주는듯하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길게 돛을 세운 배들이 항구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빛나고 있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꽁꽁 얼굴을 가린 채 보트를 탔다. 물살을 튀기며 달리는 시원한 배를 타고 구릿빛으로 물든 captain의 설명을 들으며 동굴을 하나씩 스쳐간다. 바다 위에는 카약 레이스를 하는 팀들, 돛을 높이 올리고 서핑보드를 즐기는사람들, 우리처럼 유람선을 탄 사람들이 점점이 바다에 떠있다.
가장 인상 깊은 동굴은 천장에 하늘로 구명이 뚫려있어 동굴 안에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동굴에 들어가기 위해 배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유명한 해식동굴은 측면과 상단이 모두 침식된 독특한 구조로 인해 천장에 큰 구멍이 있어 햇빛이 동굴 내부로 들어와 비추는 유일한 동굴이라 한다. 덕분에 햇빛이 동굴의 모습과 숨겨진 해변을 밝게 비추고 있고, 박쥐가 아닌 새들이 빙 돌고 가는 여유도 보여준다. 마치 해변판 카파도키아를 본 것 같아 신기하고 푸른 바다와 대비되어 더 아름다웠다.
한편으론파란하늘로 향한 구멍의 절벽 위에서 우리를 보는 사람도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몇 천년이나 되었을까? 층층이 다른 금빛색깔 무늬의 동굴이 해안 절벽을 따라 펼쳐져 있다. 차례를 기다려 동굴에 들어가 잠시 둘러보고 나온다.
배를 이용해서 보는 것도 좋지만 절벽길을 따라서 해안길을 걷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1시간 여정의 보투투어를 마치고 해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시간이 정해져 있어 해변의 분위기를 잘 느끼지 못해 아쉬웠지만 수영복으로 즐겁게 활보하는 그들을 보며 대리 만족을 했다. 신기했던 것은 해변가에 에스킬레이터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해변에 에스킬레이터는 본 적이 없다. 아마 절벽으로 이루어져 높낮이 차이가 많아서 설치했나 생각해 본다. 해변 앞에 큰 정어리 형상도 눈부신 바다를 한층 더 빛나게 해주고 있다.
휴양지 가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의 여행은 바라만 보고 체험을 안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처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해변을 즐기는 걸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선택관광의 해양투어가 전부인 나는 피부가 검게 타는 것도 감수하고 즐겁게 바다에 빠져 가족이나 연인끼리 수영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 바다는 바라만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들어와 함께 하자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눈으로 상상의 해변을 즐기며 아쉬운 마음으로 포르투갈 최고의 휴양지중 하나인 배나길 해변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