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커피에 문외한인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아마 커피의 카페인 덕분에 잠들지 못하는 나의 예민성 때문이리라. 하와이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보고 듣는 코나커피(Kona coffee)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하와이 코나커피는 품질도 우수하고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인정받는 고품질의 커피로 가장 비싼 커피로 알려져 있다.
코나커피가 왜 유명할까? 코나커피는 하와이 빅 아일랜드 북부 및 남부 코나 지역의 후알라라이산 및 마우나로아 산 경사면에서 판매되는 coffee arabica로 코나지역의 커피만이 '코나'로 불려진다. 하와이 오하우섬에만 머물다가 코나 농장에 관심을 가져 생산지인 빅 아일랜드를 여행했다.
빅 아일랜드에 도착하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용암에서 흘러나온 거친 화산토양과 서해안으로 길게 뻗어 누운 듯이 있는 코나벨트이다. 아침엔 해가 충분하고 오후엔 흐리거나 비가 오며 바람은 거의 없는 온화한 날씨와, 미네랄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화산 토양은 양질의 커피가 생산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만든다. 또한 코나벨트의 농장들이 해발 500m~1200m 이상의 경사면에 있어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수확하는 것 때문에 양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3대 커피의 하나인 극소의 커피만 생산된다는 코나커피 농장에 들린다는 것은 나의 호기심을 발동했다. 그중 커피 전문가들도 맛본 사람이 드물 거라는 Peaberry커피에 대한 설명에 오늘은 이곳 커피를 꼭 먹어보리라 다짐한다.
농장에 들어서니 그리 크지 않은 커피나무가 죽 늘어서 있다. 커피나무는 3-5년 정도 되면 첫 수확이 가능한데커피나무도 몇 년은 휴식기를 두고 필요한 만큼 가지치기를 하며 번갈아 채취한다고 한다. 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잘 조성된 커피농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격자무늬 모양의 지지대를 세워 체리 커피나무를 자라게 하는 것이 코나 조 커피농장의 특색이라고 한다. 멀리 앞바다가 펼쳐져 있고 커피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코나 조 커피농장은 어떤 커피를 마셔도 향기로운 커피맛을 낼 정도의 분위기를 가지고 맞이해 준다.
가이드는 커피의 종류에 대해 알려주며 특히 오늘의 가장 주목할만한 peaberry커피에 대해 설명해 준다. peaberry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씨앗보다 작고 한 씨앗 안에 두 개의 씨앗이 자라 이 두 개의 씨앗 중 하나만 자라나면서 극 소수만 생산되는데 가이드는 peaberry와 다른 커피콩들을 비교해 주며 peaberry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보통 커피는 생두의 크기와 결합도에 따라 몇 가지 등급으로 나눈다. 가장 최상급은 엑스트라 팬시 커피, 엑스트라 팬시에 버금가는 팬시, 그리고 가장 상업적인 넘버원이 있는데 코나 커피 100% 커피숍에서 주로 팔리는 커피는 넘버원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마트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프라임등급이다. 커피에 대한 일반적 상식을 알고 나니 더욱 흥미가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농장은 빅아일랜드에서 유명한 코나 조 커피농장으로 미국 SCAA에서 2001년 5월에 커피품질 1등급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곳이다. 이곳은 개인적으로 직접 원두를 사서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자기가 만든 커피에 이름을 새겨 가져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커피점에 들어가니 너도나도 한잔에 16달러 가까이되는 peaberry 커피를 주문한다. 주문을 받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커피를 받는데도 30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정성을 다해서 나오는 커피인지 종업원이 느린지 알 수 없지만 정해진 시간이 있는 나는 한잔의 커피를 받자 코나 조 농장의 분위기를 즐길 시간도, 마실 여유도 없이 들고 코나 원두커피를 사러 간다. 그런데 peaberry 커피는 한 봉투에 10만 원이 넘어가는 금액이었다. 커피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사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가이드는 좋은 커피를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하지만 어쩔 수없이 조금 저렴한 걸 집어 들고 밖으로 나온다.
커피 상점을 구경하고 난 후 커피맛을 조금 음미해 보았다. 신맛이 은은하게 감돌고 초보자인 나에게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담백한 커피였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이게 진짜 커피맛이라 그랬나? 쓴 맛 하고는 다른 커피맛이었던 것 같다. 또한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입안이 깔끔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커피 애호가들은 peaberry가 밝은 산미, 단맛 그리고 복합적인 풍미를 지녀 입안에 커피 향 가득 찬 느낌을 준다며 극찬한다고한다.
비가 풍부하게 내려주는 고산지대에서 자란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코나커피농장, 영화에서나 볼듯한 풍경에 잠시 눈을 떼지 못한다. 커피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잘 익은 체리만 직접 선발하여 수확해야 하는데커피 열매를 일일이 직접 따기 위한 인력이 없어서 제때에 다 따지 못해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이야기해 준다. 정말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바다가 보이는 평화로운 이곳에 앉아 커피 향을 즐길 텐데 조금 마신 아까운 커피를 들고 나와 점심시간에 고기와 함께 먹었다. 조금 식긴 했지만 느껴지는 신맛이 참 매혹적이다.
코나 조 카페에 사람 나이로 110살인 개 한 마리가 누워있는 게 보인다. 너무 늙어 눈이 보이지 않는단다. 실제로 일어나 걷는데 앞에 장애물을 보지 못하고 부딪치며 걸었다. 아름다운 곳에서 나이 들어서인지 곱게 늙었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난다. 고양이 한 마리는 카운터 쪽으로 올라가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최상의 커피 내음을 맡으며 동물과 사람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간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빅아일랜드를 떠나기 전 아쉬워 코나커피를 하나 더 사기 위해 상점에 들어갔다. 나름 코나 100%여서 사려고 해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커피농장에서 산 것과 맛이 다를 거라 말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지나가고 망설이면 못 사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선물용은 오하우에서 사기로 하고 커피농장에서 산 1개에 만족하기로 한다. 오늘은 커피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고급커피 peaberry 커피를 마신 커피 향이 가득한 하루로 저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