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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Apr 02. 2024

말레이시아 힌두교성지 바투동굴

말레이시아 여행

오늘은 쿠알라룸푸르 근교에 있는 바투동굴을 여행사를 통해 가는 날이다.

 9시에 베르자야 타임스퀘어 (Berjaya Times Square)에서 출발한다고 하여 일찍 길을 나선다. 숙소에서 15분 정도 위치인 것 같아 구글 맵에 의지해 걷다 보니 멀리서 Times Sqare가 보인다. 그런데 규모가 크고 넓어 어디에서 모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대규모 쇼핑몰과 연결되어 호텔을 간신히 찾아가니  관광객이 아무도 없다. 호텔 로비로 이끄는 출입구가 2개여서 양쪽을 번갈아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마침 여자 두 명이 다가와 관광 투어인지 물어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행선지를 물어보니 나와 다른 장소였다  통성명을 하다 보니 러시아 여자였다 순간 지금 전쟁 중인데 여행을 할 수 있나?  푸틴을 생각하며 경계심과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편하게 여행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었나 우리나라가 전쟁 상황이면 일반인들의 여행이 가능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9시 5분에 그녀들을 태울 렌터카가 도착한다. 러시아 여자들의 메시지에는 차량번호가 적혀있었는데 내가 받은 문자는 호텔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중요한 건 예약한 여행사의 말레이시아 연락처도 없어 연락이 안 되고 주변에 일행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30분까지 기다리다 가야겠다 생각한다.  방콕여행 때는 투어 일행이 보였는데 관광객차림의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오늘은 망쳤구나 생각하고 있는 사이 9시 22분에 whatsApp으로 차량 번호가 오며 통화로 말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내 있는 위치를 말하니 가이드가 찾으러 와 간신히 차량에 탈 수 있었다. 아마  버스가 커서 로비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메인도로로 나오라고 한 모양이다. 버스에 타니 호텔에서 픽업했는지 내가 마지막 승차였다. 30분에 겨우 만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고 전부 외국인 들이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가이드는 비교적 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말레이시아 대통령은  국왕의 체계로 술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임기도 5년으로 9명의 술탄 중에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며 영국 네덜란드 일본의 지배에 대한 역사를 차분히 설명해 준다 여러 인종이 섞여 주 종교는 이슬람이지만  다민족 종교를 수용하는 나라이다. 그중 하나가 힌두교의 성지 바투 동굴이다.

 쿠알라룸푸르 북쪽 곰박지역에  있는 바투동굴은 힌두교의 성지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유석 동굴이다. 1월 25일부터 이 동굴에서 최대의 힌두교 축제  타이푸삼이 열린단다.  타이푸삼축제 기간에는 백만 명 이상의 힌두교 신자가 모여 그들의 죄를 회개하고 소망하는 바를  힌두교의 남신 무루간 신앞에 제를 지낸다고 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려한 계단과 건축물 그리고 멀리서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무루간 신의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300리터의 금이 사용되었다는 무루간은 전쟁과 승리의 신으로 벨(vel)이라는 창을 손에 들고 있다.

그 앞에는 비둘기들이 모여있고 곳곳에 원숭이들이 있었다. 가이드가 원숭이는 무리를 지어 있고 특히 볼록한 배를 가진 큰 원숭이가 리더이면서 물건이나 먹을 것 빼앗아 가니 조심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모자를  뺏길까 봐 손이 저절로 모자에 간다

거대한 무루간 동상의 옆에는 3칸의 화려한 272개의 계단이 놓여있었다. 3칸은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하며 272개 계단의 의미는 인간이 일생동안 지을 수 있는 죄의 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축제 기간 동안 이 계단을 고행길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면서 자신의 죄를 속죄한다는 것이다. 마치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오르는 것처럼,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 등에 쇠갈고리를 박고 카바디라는 짐을 지고 이 계단을 오르며  참회와 속죄의 고통을 견딘다고 한다. 나는 속죄의 고통보다 좁은 계단 사이를 올라 숨을 헐떡거리고 고소공포증에 따른  현기증을 느끼며 계단을 오른다.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계단을 오르자 4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사원동굴을 비롯하여 힌두신들의 조각상이 석회암 기둥의 종유석들 사이로 놓여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공작새가 상징처럼 장식되어 있다. 불사조인가 모르겠다. 힌두교인들은 각 단상에 있는 신을 향해 기도하고 그들을 도와주는 윗 옷을 벗은 남자들이 제사장처럼 도와주고 있었다.

힌두교인들의 의식에 맞춰 이마에 붉은 점을 그리고 얼굴을 흰색으로 치장한 채 기도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사장은 그들의 소원도 재물을 받고 들어주는 듯하다. 동굴 안은 쾌적하였고 곳곳에 공작새가 있었다. 공작새의 의미는 뭘까 바투 동굴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듯 스텝들에 둘러싸인 여배우의 모습이 흥미롭다.

힌두교는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동굴 곳곳에 자리 잡은 신들 어떤 신에게 기도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신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동굴 안 끝부근은 하늘이 바라보게  뚫려있어서 새들이 동굴 안을 날아다니며 신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힌두교인들이 머리에 신에게 바칠 우유통을 들고 맨발로 계단을 걸어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신성한 곳에 신발을 신고 열심히 돌아다닌 것에 다소 미안한 감이 든다.

종교란 뭘까? 경건하게 얼굴에 흰 재와 이마 한가운데를 빨간색으로 바르고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약한 인간에게 내세의 불안을 떨치고  삶의 희망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과거 현재 미래 3 계단을 다 건너지 못했지만 현재의 가운데 계단만 오르내리며 현재의 행복을 빌어본다. 기회가 되면 축제기간에 축제의 모습을 보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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