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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Apr 03. 2024

말레이시아 겐팅 하일랜드-죽음의 공포

말레이시아 여행

바투 동굴 투어를 마치고 1시간 넘게 달려 파향주의 고원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최대규모 리조트와 오락단지인 겐팅 하일랜드에 도착했다.

구름 위의 고원지대라는 뜻의 겐팅은 1950m의 한라산 높이보다 더 높은 2000m 이상의 고원지대  산 정상에 리조트 및 오락시설을 설치한 곳이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왕복 케이블카 탑승권을 끊었다. 절대 티켓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말이 정상에 가서야 이해가 되었다. 가는 코스가 케이블카와 산허리를 돌아 자가용으로 가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4층으로 오르니 케이블카 탑승하는 곳이 나온다


케이블카가 중간역 (chin swee station)에 정차하자 에스킬레이터가 아래로 끝없이 놓여 있고 마지막에 도착하자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진다

산이 높아 구름이 쉬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바투동굴의 파란 하늘이 사라지고  구름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비가 올 것처럼 바람이 강해 다 날아갈 것 같은 추위도 찾아오고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마치 현실세계가 아닌 곳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 구름 사이에 거대한 사원의 탑이 보인다. 이 높은 곳에서도 두리안을  배경처럼 매달고 판매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 사원을 고원에 어떻게 지었을까? 종교의 힘이었을까?  큰 바위 얼굴의 인자한 부처가 산 아래  앉아 웃고 있고 바위 사이사이에 불전에 나오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담은 심판의 모형이 동상으로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죄가 많은지 염라대왕 앞에서 고통받는 죄지은 사람을 보자 무섭게 느껴져, 지옥을 건너 천국에 가서야 사진 한컷 찍어본다. 특히 착하게 산다는 善이 새겨진 돌 앞에 서서 착하게 산다는 인증샷을 찍는다. 




이곳에서 간단히 만두로 허기를 때우고 정상을 가기 위해 다시 탑승한다. 이번에는 가족 단위로 탑승시킨다. 혼자라고 말하고 혼자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간다. 아, 지금부터가 지옥이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구름사이로 천천히 케이블카가 움직이며 강한 바람 때문에 문도 덜컹거리고 흔들리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여행 다니며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케이블이 고장 나면 어떻게 하나? 구름으로 한치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첫 스테이션에서 내릴걸 후회하며 천천히 움직이면서 흔들리는 케이블카에서 낯선 죽음의 체험을 한다. 아는 지인은 여행할 때 항상 유언장을 두고 나온다고 한다. 독신이라 죽으면 문제 생기지 않도록 유언장을 쓰고 떠난다는 것이다. 쓸 만한 유언도 없지만 유언장도 안 썼는데.. 갑자기 엄마가 죽겠다고 하니 어느 아들이 "엄마 지금 죽으면 안돼요, 통장 비번이랑 알려주고 가셔야죠"란 아재 개그도 생각나며 여러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항상 죽음을 대비하고 살아야 하는데 내일도 항상 살 것처럼 생각하며 살기 때문일 것이다. 20분이라는데 긴 시간처럼 느끼며 도착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으로 케이블카에서 튕겨 나온다. 살았구나 하고 출구를 나가는 순간 화려한 조명과 함께 겐팅의 꽃이라는 sky world가 펼쳐진다. 눈이 휘둥그레져 아래를 내다보니 대형 전광판과 더불어 명품 shop과 음식점 그리고 화려한 테마파크 전경이 들어온다

라스베이거스가 사막 한가운데 도시를 형성했듯이 sky world는 고원 산 꼭대기에 도시를 형성한 것이었다. 말레이시아를 개발도상국이라 누가 말했나? 섬이 많아 발달이 덜된 곳이 있기는 하지만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이들의 문화는 이미  선진국이었다. 한국의 쭉 뻗은 고층건물과 달리 춤을 추는듯한 요염한 고층건물을 비롯 다양한 형태의 건축양식과 색채로 칠해진 이들의 문화는 참으로 놀라웠다. 그 공헌을 이 겐팅하이랜드를 설립했다는 중국인들이 많이 한 것도 사실이고 역시 중국은 대국이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내부와 달리 야외의 상점들은 2000미터에 그대로 노출되어 구름이 사이사이 지나간다. 이곳은 열대지방이 아니었다. 희뿌연한 구름사이로 레스토랑이 놓여있고 그 시원한 구름 속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핸드폰을 충전하려고 보조배터리를 찾으니 연결선을 숙소에 두고 왔다. 가이드와 연락이 끊길까 두려워 간신히 연결선을 찾아 구입해 기뻤다. 이번 여행은 불편한 걸 사기 위해 찾으면 이 넓은 공간에서도 실패하지 않고 잘 구입할 수 있어서 나 자신이 신기했다. 

케이블카를 내려와 버스 승차 시간이 남아 터미널 근처의 식당을 찾으니 한국 김밥과 김치볶음밥이 눈에 띈다. 반가운 마음에 김치볶음밥을 시켜 먹는데 한국인 아줌마가 있어서 사장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녀가 직접 김밥도 싸서 팔고 직접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그녀는 서비스로 국물을 준다. 역시 한국인의 인심이다. 보답으로 김밥을 포장해 숙소에 들어와 맛있게 먹었다

오늘 하루 불안 속에 시작된 일정은 천국과 지옥의 종교 세계를 맛보며 272개 계단에서 속죄한 후 노곤함으로 침대에 대자로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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