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포루투는 너무 덥지도 않고 선선한 바람도 불어 여행하기에 좋은 것 같다. 때때로 구름이 있기는 하지만 비가 많이 오지 않고 오히려 뜨겁지 않아 거리를 걷기도 좋았다.
오늘은 포르투갈 마지막 여행의 날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렐루서점(Livraria Lello)에 가는 날, 포루투에 가면 필수여행 코스라고 하는 곳이다. 포르투갈의 숨겨진 보석인 렐루서점은 입장하려는 사람이 많아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곳이다. 서점에 들어가기 위해 예매를 해야 하는 서점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너무 궁금하였다. 패키지의 장점은 가이드가 미리 예매를 해놓아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 제일 먼저 9시에 입장하기 위해 일찍 서둘러 도착을 했으나 이미 긴 줄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보기 위해 오는지 실감이 난다. 특이한 것은 시간별로 인원제한이 있어 서점을 방문하려면 예약과 함께 입장료 8유로를 내고 들어간다. 만일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입장료를 환급해 주는 형식이다.
왜 이 서점이 유명할까?
1906년에 문을 연 렐루서점은 단순한 서점이 아닌 문화유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외벽에서부터 포르투갈의 신고딕 양식을 따라 지어진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예술작품의 외관으로, BB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또한 해리포터의 저자인 조앤 롤랭이 해리포터를 쓸 때 포루투에 거주하면서 이 서점에서 영감을 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출입구에서 통제하는 직원은 약간 퉁명스럽게 대했지만 긴 줄을 보며 가이드 덕에 빨리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양쪽으로 정돈된 수많은 책들의 행렬과 입구 중앙에서 보이는 가운데 계단이다. 고풍스러운 나무장식과 정교한 문양들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아니라 해리포터가 금방 2층에서 내려올 것 같은 마법의 세계에 들어온듯하며 특히 기하학적인 계단의 곡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2층에 올라가는 계단을 이렇게 멋지게 해 놓을 수 있는 것인가? 렐루서점의 상징인 이 계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큰 공간은 아닌데도 예술적으로 설계된 계단에 그들의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천장을 보니 네덜란드의 거장 사무엘 반 크리켄(Samuel Van Krieken)이 만들었다는 스테인 글라스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포루투갈 문학의 고전부터 현대소설, 예술서적과 철학서적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코너마다 특색을 가지고책들이 미술품처럼 진열되어 있어서 책의 내용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서점 2층에도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과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들을 소개하는 방식이나 진열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코너에는 그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석에 앉아 책을 읽는 소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생떽쥐베리의 작품만 모여있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작가의 세계에 빠져 책을 읽는 소년의 모습이 부러웠다. 각 코너마다 작가의 이야기와 더불어 책이 진열되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쉽게 고를 수 있다는 것도 렐루 서점의 장점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책들을 더 보고, 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사진 찍기에 급급해 서둘러 나와야 했다. 책을 읽는 모습이 사라져 가는 현시대에 이런 아름다운 서점이 있다는 사실도 좋았고,아직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더욱 좋았다. 포루투에 다시 온다면 천천히 책들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포루투의 랜드마크인 동 루이스다리가 보이는 모루 정원에 앉아 책의 내용을 음미해 보고 싶다.
가이드는 우리를 위해 보고 싶은 책을 미리 주문을 받아 기념으로 한 권씩 주었다. 어린 왕자를 원서로 읽고 싶었던 나는 삼면이 금박으로 둘러싸인 예쁜 책을 보고 너무 기뻤다. 책도 예뻤지만 겉표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의 사인이 들어간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히<Le Petit Prince> 책을 선물 받아 유난히 기쁜 날이다.
처음 어린 왕자 영어 제목을 보는데 PRINCE 중 마지막 철자 e가 보이지 않았다. 철자 오류인지 자세히 보니 C속에 E가 살포시 들어앉아 있었다. 어린 왕자의 제목이 책 표지에 미학적으로 쓰여있어 책 한 권에 정성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감탄하게 만든다.
어린 왕자의 책 속에 나오는 한 구절을 머릿속에 저장하며, 오늘도 보이지 않는 나의 보물을 찾아즐거운 여정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