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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 Epilogue

포르투갈 여행

by 청현 김미숙

짧은 기간의 패키지 상품으로 떠난 포르투갈 여행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나에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처음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몇 편만 쓰려고 했다. 그러나 몇 편의 이야기를 고르기에는 좋은 장소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풍경을 기억하고 싶었다.

7박 9일의 이야기를 18회까지 끌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연재글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연재글이 아니었으면 사라져 버렸을 나의 시간들이 생생한 사진과 더불어 여행의 순간들이 살아있어서 좋았다.


언젠가 기억과 추억의 차이점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기억은 1,2,3과 같은 단편적인 사실들이어서 쉽게 머릿속에서 사라져 없어질 수 있지만, 추억은 기억과 달리 사건으로서 머리에 오래 저장되어 남는다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단순한 기억들을 추억의 사건으로 꼭꼭 남겨두려는 의도인지 모른다. 점점 지명의 단순한 단어들이 머릿속에 사라져 가고 있는데 글을 써 남겨둠으로써 계속 추억의 사건으로 남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장점은 글을 쓰며 다시 한번 그 장소를 여행하는 것이다. 무수히 찍은 여행 사진은 나중에 찾아보지 않는 쓰레기 파일로 보내지는데, 사진을 보며 그 장소를 새롭게 다시 보고 감상하게 된다. 또한 글을 쓰기 위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사실을 알게 되어 현장에서 본 기억에 새로운 정보가 결합되니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여행 다니며 나 자신의 성향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나의 무의식적인 지적 호기심이 여행에 대한 갈망을 끊임없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글을 쓰며 패키지여행의 장점도 많이 생각해 본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익숙해 진건 어느 때부터였을까? 처음엔 영어도 못하는데 혼자 떠나는 사람을 굉장히 부러워하였다. 그러다가 방학의 긴 시간을 이용해 혼자 발을 딛는 순간 항상 새로운 호기심으로 자극을 주어 장거리 여행의 경우는 혼자만의 여행의 묘미를 즐긴 것 같다. 때론 비싼 경비 때문에 조금 망설임도 있었지만 최소의 비용을 찾아 최대의 효과를 누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러나 단기 여행은 패키지여행 상품만큼 좋은 게 없다.

혼자 여행했으면 짧은 기간에 훌륭한 숙식을 해결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관광지를 가 볼 수 있었을까?

가족으로 함께 지냈던 어린 시절의 자매들, 지금은 몇 년이 흘러 서로 다른 환경 속에 생활하는 자매들이 모여 여행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취향과 건강의 상태도 달라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가족과 여행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더 젊어지는 것 같다. 아마 철없던 젊은 시절의 생생한 모습들을 서로 공유한 채 그 시간들을 회상하며 즐거운 담화를 나누어서 일 것 같다.


맏언니를 어느 정원에 남겨두고 남은 3명만 버스에 올라탄 일이나, 브라가에서 나의 단기 기억 상실로 집합 장소를 잘못 알아 다리 아픈 맏언니를 573 계단을 걷게 한 것도 황당한 사건이다. 그날 밤 언니의 가끔 숨 쉬지 않고 피곤에 지쳐 잠자는 모습을 보고, 살았는지 걱정스러운 밤을 보낸 것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사진 찍기에 바빠 일행을 놓치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리스본에서 선택관광 이탈 후 만난 잘생긴 리스본 청년과 저녁 식사 후 밤 에보라의 상쾌한 밤공기를 마시며 술 한잔 기울이던 달콤한 밤도 잊을 수 없다. 빨간 땡땡이 스카프를 4 자매가 똑같이 목에 두른 채 쇼핑의 즐거움을 서로 공유하며, 아름다운 풍광 앞에 서로 사진 찍어주고, 사진을 보며 소녀처럼 웃었던 순간들이 지금은 한 편의 필름으로 남는다.

한편으론 제일 맏언니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앞으로 장거리 여행은 함께하기 힘들겠다는 아쉬운 마음도 들며,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한 채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시간들이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2024년의 추억의 한 페이지로 꼭꼭 새겨 놓는다.


PS) 오늘 brunchstory 연재를 마지막으로 끝내며 지금까지 소소한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공감하며 like it을 눌러주신 분께 많은 행복과 건강이 함께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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