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힐링의 이름을 떠올릴 때면 새소리를 많이 이야기한다. 새들의 짹짹 거리는 소리가 아침을 상쾌하게 하고 어느 산골의 조용함을 상징하는 자연의 소리라 여긴다. 특히 까치는 한국인의 정서 깊숙이 자리한 새이다. 새벽에 까치 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예고하는 기다림을 가지게 하고, 설날 아침엔 까치가 울어야 한 해가 복으로 가득 찬다고 마음속으로 믿었던 새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침잠을 설치게하는 새들의 소리가 시끄러움으로 변하고 집 옥상에 예쁘게 가꾼 열매를 따먹는 무법자로, 도시의 새들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집 주변에는 도로길가에 구청에서 심어놓은 큰 이팝나무가 있어서인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새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아침부터 시끄럽게 떠든다. 옥상에 올라가 새들을 보며 우리 집 주변에 행운의 길조인 까치가 있으니 좋은 거라고 위안하며 열심히 심어놓은 블루베리 열매를 거의 따먹었는데도 함께 먹고사는 공동체이다 생각하며 지내왔다.
지난 한 주는 유난히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하여 마음에 화를 품었다. 이제 느긋한 나이가 되어서 그냥 웃어넘길 것 같았는데 나의 영역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원치 않는 마음의 불편함을 겪었다.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항상 좋을 수많은 없으니까 이번 주 잘 넘기면 되겠지' 위로하며 가급적 외출도 삼가고 집에 있으려고 했다.
마음속이 복잡할 때는 습관적으로 집을 치우고 닦고 청결함을 유지하는 습관이 있다. 청소 후 필요 없는 것을 아낌없이 버리려 쓰레기통을 비우러 나갔다. 오랜만에 청소를 해서인지 5월의 푸른 잎이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신록의 향기를 맡기 위해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갑자기 머리에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묵중한 물체가 머리를 치고 날아간다. 내 머리에 뭔가 단단한 돌덩이에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울렸다. 마치 하늘에서 내 머리를 겨냥한 돌덩이가 정확히 떨어진 듯한 충격이었다. 눈앞이 번쩍하고 정신이 아득해졌으며 머릿속이 얼얼해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손을 뻗어 머리를 더듬었다. 따끔한 통증이 퍼지고 두피가 욱신거렸다. 머리에 피가 나는지 확인해 보니 다행히 피는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너무 놀라 바라보니 앞에 배가 볼록한 까치가 내 머리를 치고 낮게 날아가고 있었다. 머리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새가 다쳤나 하는 생각이 1차적으로 들었고, 다음엔 하늘이 흐려 낮게 날아 부딪쳤나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얼얼한 머리통증이 느낀 순간, 까치는 비웃듯이 높은 지붕에 올라가 짹짹거린다. 마치 약 올리는 것 같아 까치를 향해 소리치니 이팝나무에 날아가 더 시끄럽게 운다. 나를 아는 것처럼 바라보며 울어대는 것을 보는 순간 새총이 있으면 잡아당겼을 것 같다. 머리가 너무 아파 아들딸에게 전화해 내일 아침 내가 무사한지 전화해 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운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주의 흐름은 ‘흉운(凶運)’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 같다. 어떤 주는 모든 일이 예상보다 잘 풀리고 행운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반면, 어떤 주는 작은 불운이 계속해서 쌓이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까치의 공격은 마치 그 불운의 정점을 찍는 ‘징조’처럼 느껴진다. 우연치고는 절묘한 순간이다.
열심히 인터넷에 도움을 청하니 이것은 단순한 새의 장난이 아니라 까치의 본능적인 방어 행동이었다. 까치는 번식기가 되면 둥지를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보통 5월에서 7월 사이가 위험한 시기인데, 둥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까치가 맹렬한 기세로 돌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나는 그날 그 운 나쁜 ‘둥지 근처 보행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의 공격의 대상이 되어 당한 사례가 많았다.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머리를 까치가 공격하는 바람에 번쩍 정신이 들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이 궁금해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죽음도 순간적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까치도 평소엔 행운의 전령이지만, 특정한 순간에는 사람을 해치는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시간의 흐름도 때로는 따뜻한 훈풍이 불고, 때론 살얼음을 걷게 하는 강품이 불지 않나 생각된다. 운명을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말처럼, 까치의 돌진 역시 ‘이번 주는 참아야 하는 때’라는 자연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며 욱신거리는 머리를 잡고 집 주변의 까치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것 같아 내일은 자문을 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