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에 날리는 들판 위에
하릴없는 미련이 흩날리면
겨울이 문득 찾아와
낙엽을 밀어내며 말한다
이제는 놓을 때라고
고통으로 질식했던 날들
호탕하게 웃었던 순간들이
바람에 부서지고
훌훌 털고 일어선 기억의 조각들은
가을 구름에 스며 흘러간다
아, 인생이란
덧없음의 이름으로 불리우며
사랑은 갈 곳을 잃고
허공에 매달린 별빛처럼
잠시 빛나다 사라진다
그래도
이 생의 바람은 따뜻했다.
쓰러진 꿈 위에서도
한 줄기 햇살을 품으며
오늘도 실바람 되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