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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구여행을 마치며 - 에필로그

중국여행

by 청현 김미숙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다. 황산이나 장가계 그리고 태산을 다녀온 나는 중국의 산들이 얼마나 높고 신선의 세계(?)와 가까운지 알고 있었기에, 바다에서도 볼 수 없는 구채구 물의 색상을 보고 싶었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구채구를 가보지 않고는 물의 색깔을 말하지 말라고 했을까?

구채구를 준비하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준비했다. 식구들이 나이가 어느 정도 있길래 조금이라도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며 떠난 여행이었다.

첫 번째는 긴 버스여행으로 인한 멀미이다. 8시간의 버스여행이 고갯길을 간다고 하기에 멀미도 잘하는 언니와 나는 걱정을 미리 하며 멀미 안 한다는 언니를 빼고 멀미약을 구입하고, 공항에서만 판다는 고산증 약을 구입해 출발했다. 그러나 멀미 안 한다는 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멀미를 시작했고, 동생도 멀미로 인해 다시는 구채구에 오지 않겠다고 선포를 한다. 오히려 멀미에 약한 나는 건강하게 버스를 타고 즐겼다.

그러나 구체구에 다시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속철도가 있다고 하니 버스에서 시간낭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철도 있는 상품을 찾았으나 버스만 추진하는 여행사여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두 번째는 고산병이다. 공항에서 구입한 약을 먹은 우리 일행은 나를 제외하고 현지에서 구입한 산소호흡기가 필요가 없었다. 고산증 약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나는 고산증 약을 찾지 못해 조금 고생했다. 고산증 약을 마지막날 먹으라고 해서 호텔에서 제공한 산소호흡기에 의지했는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버스를 타는 내내 아침도 거의 안 먹었는데도 속이 미슥거리고 버스에서 내려 걷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산소 호흡기를 조금씩 들이마시며 걸으니 조금은 효과가 있는 듯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고산증 증세가 이런 거구나 생각하니 직접 경험한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된듯하다.

세 번째는 날씨이다.

8월 말에 갔는데도 거의 비가 내렸다. 고산이라 날씨가 변덕스럽기도 했지만 우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데도 하루를 제외하고 거의 비가 온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입산할 때는 비가 왔으나 하산할 때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아 아름다운 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비가 와서 구름이 산에 걸쳐 신비롭게 다가온 아름다운 풍광과 한여름에도 눈이 덮힌 설산은 잊을 수 없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 날은 첫날 팬다곰 보러 갈 때뿐이었고 나머지 여행 내내 많은 비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이드는 구채구의 가을을 적극 추천한다. 10월쯤이 가장 좋으리라. 숲은 단풍이들어 채색되고, 맑은 청색의 물이 대비되어 더없이 아름답다고 한다. 머릿속으로나마 상상하니 가을철에 다시 한번 오고 싶어진다. 한번 경험했으니 더 쉽고 편한 방법으로 여행할 것 같다. 멀미를 하던 우리 일행도 다시는 구채구에 안 오겠다고 하더니 구채구를 보고 연신 감탄하며 오기를 잘했다고 몇 번이나 말한다. 한번쯤은 구채구를 볼만한 가치있는 여행이었다.



여행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걸 안다.

예기치 않은 일들에 당황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항상 부지런한 언니가 매일 아침 지각해 당황시키기도 하고, 너무 계단이 많아 시간이 없다며 올라가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무시한 채 불심이 깊은 언니가 혼자 계단을 올라가 가슴을 졸였던 일도 잊을 수 없다. 특히 쇼를 보러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에 다시 올라가 짐을 챙기는 바람에 언니가 일행을 놓친 사건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핸드폰도 맡겨놓고 일행과 떨어진 언니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 헤매며 핸드폰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아, 공연을 표현하기 위해 body language로 손을 위로 올리며 춤추는 동작을 했는데도 현지인들이 이해를 못 했다고 한다. 다행히 현지인 하나가 젊은 사람을 불러 핸드폰 통역으로 물어봐서 공연장 쪽으로 걸어왔다고 한다. 연락을 할 수 없어 긴장했던 나는 반가움과 동떨어진 언니 때문에 속상했으나 대처 방법을 듣고 한바탕 웃었던 사건이었다.

제일 걱정이었던 맏언니는 무사히 전 일정을 소화해 가이드까지 놀라게 했으며 멀미나 고산증도 없어 우리를 더 깜짝 놀라게 했다. 가이드는 전 일정을 소화한 유일한 팀이라고 말해, 많은 계단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우리를 더욱 기쁘게 했다.


자매끼리의 여행은 즐겁고 앙금이 남지 않는 여행이다. 여러 모임을 통해서 온 패키지여행이지만 부부끼리 여행보다, 친구끼리 여행보다 마음 편한 여행이었고, 좋은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더 사랑을 키워가는 여행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언니와 동생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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