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25년 11월 23일은 하와이에서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추수감사절이어서 교회로 발길을 옮긴다. 1903년 해외최초의 한인교회인 하와이 그리스도 교회(Christ United Methodist Church)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하와이 그리스도교회는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들이 작은 봉급에도 돈을 모아 설립한 교회로 미주 한인 이민 역사와 흐름을 함께한다. 일제하에서는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조국 독립을 지원했으며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고 교육, 문화, 종교적 줌심지로 발전한 의미 있는 교회이다.
122주년 기념으로 "Legacy and Hope(유산과 희망)"을 주제로 "다시 복음으로 부흥하는 교회"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인사회의 미래를 이어가는 중요한 하와이의 가장 큰 교회이다.
종교가 없는 나는 오랜만에 기독교 문화에 들어가 예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파란 하늘 키 큰 야자수가 곧게 뻗은 사이로 지어진 교회는 상상했던 오래된 건물보다 현대식으로 높은 첨탑을 이룬 교회였다.
내부로 들어가니 초대형 스크린이 양옆에 있고 제단에 온갖 과일바구니로 가득하였다. 각 지부에서 보내온 추수감사절의 의미로 보내온 과일바구니들이었다. 마치 한국의 제사상에 햇곡식과 과일이 올려져 조상에 대한 차례를 올리는 추석을 연상하게 하여 흥미로웠다. 십자가 위 스테인드 글라스(stained glass) 사이로 흔들리는 야자수 나무가 보인다. 설계할 때 연출된 것인지 우연인지는 알 수가 없다.
예배를 드리기 전 기타 반주로 몇 명의 젊은 아이들이 함께 찬송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일어나 노래를 하며 설교 직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현 담임목사는 한의준님인데 감사의 날 예배답게 CS. 루이스의 "감사는 마음의 기억이다"라는 말을 주제로 성경과 엮어 현재의 상황이 있기까지 감사의 마음을 가지라는 설교로 이어진다. 한 예시로 어제 해준 반찬을 그대로 밥상에 올리니 아이가 "어제 감사기도 드렸으니 오늘 감사기도 안 드려도 되겠네요"하고 어머니께 말했다고 한다. 늘 항상 있는 것이니 감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리라. 우리가 생활하는 것들이 감사의 일들이 너무 많은데 그걸 감사할 줄 모른다고 설교하신다.
맞는 말이다. 항상 있는 것이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없는 것을 찾아 불평만 한 날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도 올 한 해를 보내며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에 한국 떠나오기 전 그런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 적이 있어 특히 공감되는 설교였다. 옆에 대형 스크린으로 한국어로 표현을 글자로 써주고 한국말로 진행하는 설교여서 노인들이나 이민온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배가 끝나고 식당에서 터키(칠면조요리)가 포함된 점심이 제공된다고 말한다. 터키는 한 신도가 봉헌하여 유명 호텔에서 공급한 것이라 말한다. 특히 예배 끝난 후 한 사람씩 손을 잡아주며 일상과 안부를 묻고 thanksgiving이라고 말하며 손잡아주는 따뜻한 손길이 영화에서 본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한국 목사들도 끝나고 이렇게 인사하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처음 본 나에게도 꼭 점심식사하고 가라고 하신다.
식당에 가니 봉사요원들이 부지런히 점심을 준비하고 한 사람씩 터키가 든 큰 박스를 나눠준다. 뷔페처럼 번거롭지 않아서 좋았다. 미국식답게 풍부한 음식이 눈길을 끈다. 칠면조요리는 나에게 조금 맞지 않았지만 다른 것들은 맛이 있었다. 그리고 남은 음식과 함께 쓰레기통에 통째로 버린다.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곳은 분리수거가 없다. 조그만 나라에서 쓰레기 잘못 담았다고 다음엔 가져가지 않겠다고 말한 청소부의 말이 귀에 맴돌아 처음엔 죄책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편하다. 어떤 게 맞는 걸까의 이성은 사라졌나 보다.
모처럼 교회의 예배를 드리고 보니 마음이 정화된듯하다. 항상 살면서 내 중심으로 사는데, 설교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삶과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을 가진 종교인들 덕에 사회가 더 발전되어 나가는 것 같다. 특히 타국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게 하는 정신적 지주인 한인교회가 너무나 존경스럽다.
나는 한때 사람들이 기도드릴 때 하느님께 소원만 기원하고 기도해 하느님이 피곤하실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모든 종교가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기도에 많은 소망과 희망을 전했으리라. 차라리 어떤 점에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 하느님을 위해서 이런 삶을 살겠다고 하느님께 전하는 기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오늘 좋은 교회로 이끌어 주신 분과 지금까지 건강하고 축복된 날들을 주신 분께 감사드리며 나의 기도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