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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Apr 16. 2024

말라카: 황금 화장실을 보셨나요? (차이나타운과 광장)

말레이시아 여행-말라카

쿠알라룸프르에서 남동쪽으로 150km 떨어진 말라카는 14세기에 건설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으며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이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로 2008년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리에 쥐도 나고 나이 들어 많이 걸어서 무리였나 생각하고 창문을 여니 비가 오고 있었다. 문제는 어느 나라를 가도 몸이 비를 기억하고 있나 보다. 오전에 모처럼 미역국을 끓여서 아침을 먹는다. 한국에서는 건너뛰던 아침식사를 이곳에서는 거의 거른 적이 없으니 신기하다. 배낭을 메고 말라카 맛집 존커 88을 향해 그랩을(10링깃) 타고 차이나 타운에 들어선다. 어느 나라를 가도 차이나타운은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마사지 shop이다. 몸이 찌뿌둥했던 나는 기쁜 마음에 밥보다 마사지 잘한다고 소문난  Shu Xin Reflexology 마사지 shop을 찾아갔다. 오후가 아니어서인지 손님이 없었다. 발마사지 30분 전신 30분에 68링깃(2만 원)에 해준다고 했는데 깎아서 63링깃 흥정하고 오래간만에 마사지를 즐겼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다 만난 남편과 결혼하여 자녀 둘을 낳고 물가가 너무 비싸 이곳에 왔다는 연변 아줌마 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장님은 모처럼 찾아온 한국 손님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누군가 블로그에 올려서 한국인들의 입소문으로 많이 찾는 모양이다. 다소 알아듣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의사소통을 하며 힘이 들어간 그녀의 손길을 즐겼다. 자녀들은 3개 국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영어를 하지만 영어는 힘들다고 말한다. 소문대로 그녀의 솜씨는 훌륭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받고 가고 싶다.

마사지를 받고 거리에 나오자 탁발승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중국인들의 인구비율이 높아서인지 길거리에서 탁발승에게 돈을 주며 소원을 비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마치 중국에 온듯한 거리의 풍경이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았다.

차이나타운을 벗어나니 바로 네덜란드 광장이 나온다. 말라카의 랜드마크인 이 광장은 네덜란드 통치시절인 1660~1700년대에 전형적인 유럽식 광장으로 테라코타양식의 붉은 벽돌로 된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광장은 말라카의 명물인 트라이쇼(Trishaw)가 있어서 화려하게 치장된 마차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소리와 더불어 광장에 나온 관광객을 즐겁게 해 준다. 한국노래도 나와 웃음이 나왔다. 관광지에 온 기분이 난다.

광장 주변은 마치 네덜란드에 온듯한 건축물들과 교회가 있었다. 주변엔 버스킹 하는 모습도 보인다.

 광장의 오른쪽은 크루즈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와 크루즈를 타기 위해 현장에서 표를 끊었다.(30링깃) 간판에는 55세 넘은 노인은 할인해 주던데 물어보니 외국인은 안된단다. 경쾌한 바람을 맞으며 크루즈에 탑승한다. 강물을 따라 주변에 화려한 색 칠을 한 건물들이 낡지만 나름대로 화려하게 줄지어 있다. 야경도 예쁘다던데 기회 되면 한번 더 타보고 싶다.

내려서 오른쪽을 향해 걸으니 메나라 타밍사리 탑이 나온다. 아마 광장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관광지가이 주변에  있나 보다. 2008년에 개장한 이 타워는 360도 회전식이라 7분 동안 지상 80m에서 멜라카의 도시를 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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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티켓을 끊지 않고 화장실을 찾으니 황금 화장실이 티켓박스옆에 있었다. 2링깃(600원)을 내고 황금빛 화장실에 발을 내디디니 지금까지 본 화장실입구 중 가장 예쁜 모습이 펼쳐진다. 피아노 건반형태로 들어가는 사람의 발자국에 맞춰 음이 울리며 남 녀 화장실로 들어간다. 한 젊은이가 피아노 위 건반 위를 폴짝폴짝 뛰며 경쾌한 음악소리와 더불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소심한 건반 소리를 내며 여자 화장실 문을 열자 화장실 문을 비롯하여 내부에 변기, 휴지통. 모두 황금색으로 되어있었다. 황금 변기통 정말 우아하게 생겼다. 거기에다 실례를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금색을 뽐내고 있었다. 왕들은 황금 화장실을 쓰나 생각하다, 갑자기 로비에 실제 금으로 장식된  부르나이 7성급 호텔이 생각난다. 세상에 2개 밖에 없다는 7성급 호텔 로비를 장식한 기둥들이 황금띠를 두르며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었다.  브루나이 호텔도 가지지 못한 황금 화장실이 말레이시아에 있다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타워를 나오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숙소가 걸어갈만한 위치였다.  15분 정도 거리이지만 말레이시아 도로는 사람을 위한 도로가 아니었다. 건너갈 곳도 거의 없었고 걸어갈 수 있는 도로도 거의 없는 상태다. 조바심을 내며 차 안 오는 틈을 타 차 사이를 곡예하듯 달리며 한숨을 쉰다. 이러다 사고 나면 뼈도 못 추리는데 생각하며... 밥을 먹었지만 왜 이리 허기진 걸까. 샤워 후 자려고 누웠으나 라면이 어른거려 한국에서 가져온 짜장라면을 흐뭇하게 끓여 먹으며 역시 한국라면이지 흐뭇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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