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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Apr 28. 2024

말라카 해상모스크와 네덜란드광장 야경

말레이시아여행

처음으로 배달음식을 시켰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 나가기도 귀찮고 오늘은 야경이 목표이기 때문에 오후 늦게 출발하였다. 음식 배달은 우리나라 배달앱과 비슷한데 프로모션으로 배달비가 없는 곳으로 시켰다. 4000원 닭고기밥을 먼 거리에서 집까지 배달에 성공해서 너무 기뻤다.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중요한 것이 아닌데도 기쁘게 한다. 그러나 배달음식이 그렇듯 생각보다 맛은 없어서 다음엔 식당에서 먹는 걸로 해야겠다.

4시가 넘은 것 같아 오늘은 해상모스크를 목표로 낮과 밤을 다 보리라 작정하고 그랩(1500원)을 탔다. 내리자마자 중국 관광객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나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출입금지로 막는다. 이유를 몰라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아 출입구를  지키는 여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내 구멍 뚫린 블라우스가 속이 보여 출입금지란다. 하는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오려고 그랩을 다시 불렀다. 


복장의 규칙이 적혀있는 팻말이 보인다. 결론은 히잡을 쓰고 옷을 갈아입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런데 옷을 빌려주는 곳도 없고 잘 알려주지도 않았다. 남자는 제약이 별로 없는데 이슬람교여서인지 여자에게 까다로운 제약을 거는 그들의 문화가 엿보인다.

중국인들이 결국 입장을 하지 못한채 떠나고 그랩을 기다리는 동안 한국관광객들이 내린다. 반가운 마음에 어느 여자분의 카디건을 빌려 입고 들어가려 했으나 이번에는 스카프로 머리를 감쌌는데도 스카프 길이가 짧다고 거절한다. 이런 젠장 어떻게 하라는 거야? 옷 빌려 주는데도 없고 막막했다. 그런데 한국 가이드가 사무실 여자와 이야기하더니 패키지 관광객들에게 2링깃 낸 후 옷을 사무실에서 빌려 입으라고 말하며 입장을 시킨다. 나도 가이드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여자가 동창이라 사정 봐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더니 QR로 인적사항 적고 이야기 다시 해보란다. 벽에 있는 QR로 인적사항 기입 후 한국관광객 맨뒤에 섰다. 여자는 내 앞까지 끊으며 가이드에게 묻더니 finish라고 말하고 앞에서 입장을 막으려고 하여 작성한 인적사항을 보여주며 따라붙었다. 간신히 나까지 출입이 허용된 순간이다. 사무실 안에 들어서니 기부통이 보이고 돈을 집어넣으란다. 잔돈이 없어 10링깃 넣으려다 불친절한 그들에게 기부하는 것이 싫어 마침 남은 5링깃을 넣었다. 2링깃이면 충분한데 5링깃도 아깝다고 생각하며 기부하기가 싫었다. 내가 입은 옷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긴 무슬림복장과 머리에 구멍만 낸 히잡을 얼굴에 밀어 넣고 밖으로 나와 긴 한숨을 뱉었다. 예약한 그랩은 취소했더니 3링깃의 취소 수수료가  붙는다는 문자가 뜬다. 어떻게 수수료를 내나? 내 핸드폰 번호로 빠져나가나 궁금해진다. 그래도 오늘 계획한 말라카 해협에 떠있는 모스크를 본다는 것에 안도와 흥미를 느낀다. 드디어 입장이다. 입장하는데 얼마나 마음을 졸였나? 하루 낭비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국 가이드를 만난 행운이 찾아온 것에 대해 더 기뻤다.

앞에는 공사를 하고 있는지  펜스로 둘러싸이고 주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세월에 맞은 듯 칠이 벗겨진 모스크는 시드니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조개껍질의 형상 같았다. 그러나 곡선으로 이어진 모스크의 건축은 너무 아름다웠다. 오늘은 모스크 여인이 되어 모스크 내부를 둘러본다. 예배당에는  출입을 막았지만 툭 터진 바닷가에 우뚝 솟은 모스크는 예뻤다. 


7시 15분이 지나자 하나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캄캄한 바다와 색색깔로 바뀌며 건물 양옆의 날개가 빛의 변화로 바뀌는 걸 보니 빛의 조화로 낮과 밤이 다른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역시 밤에 보는 빛의 조화는 햇빛의 적나라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모스크를 생생하게 살아있게 했다. 교당 내부에서 7시 30분 부터 예배드리는 이슬람교인의 모습과 간곡하게 호소하는 듯한 성직자의 음성으로 밤하늘은 더욱 경건하게 빛나고 있었다. 캄캄한 바다 위에 하나의 등대처럼 우뚝 솟아 반짝이는 모스크가 경이로웠다.

예배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나오며, 앞마당까지 올라와 주차를 한 차량을 타고 떠난다. 그곳은 VIP 주차장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좀 웃기는 광경이다. 종교인들의 우두머리는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당연한 걸까? 우리에겐 멀리 떨어져 있는 입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했는데 성직자의 특권으로 모스크 앞에까지 다가와 주차를 하는 모습이 우리의 현실이다. 가진 자의 특권이랄까? 

다시 그랩을 타고 야경을 보기 위해 네덜란드 광장에 갔다. 

낮에 그랩을 취소하면 수수료가 다음 택시에 부과되는데 정말 그러는지 궁금한 사항이 풀리는 순간이다. 

그랩을 내리려 하자 원래 5링깃인데 취소 수수료 3링깃을 합쳐 8링깃으로 적혀있었다. 이해가 되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합리적으로 잘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카카오 택시도 그런 방법을 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낮에 보았던 네덜란드 광장이 궁금해 그랩에서 내리니 그곳은 낮에 보았던 광장이 아니었다. 온갖 조명으로 치장되어 낮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휘황 찬란한 새로운 광장이었다. 광장이 더 살아있었고 낮에 장난감처럼 생겼던 마차들이 화려하게 불빛으로 치장하며 반짝반짝 광장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분수에서는 시원하게 물이 뿜어져 나와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다. 

분수 뿜어져 나오는 주변 나무들은 색색의 전구로 빛을 발하고 거대한 나무는 비 오듯 빛을 흐르고 있었다 트라이샤는 번쩍거리며 사람을 타라고 유혹하고 강 주변은 카페의 불빛과 불 밝힌 크루즈들이  오가고 있었다. 사람도 치장하면 이렇게 예뻐질까?  광장은 모두 미인들이 되어 서있는 여인 같았다. 

크루즈를 타는 것도 즐겁겠지만 강물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배의 모습은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 같았다.

광장 한편 구석에서는 귀신복장을 한 긴 머리 귀신의 노래가 광장을 구슬프게 울리고 있다. 생김새 분장도 죽었다 깨어난 귀신 모습인데 구슬픈 노래를 들으니 더 슬프게 느껴진다.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어 롹 음악으로 바꾸어 빨간 입술로 웃으니 더 해학적 느낌이 든다.


동남아의 밤은 어느 나라를 가나 아름다운 것 같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조형물들로 분장을 했지만, 낮에 더워 활동하지 않고 주로 밤에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밤의 모습을 꾸며놓는 게 당연하리라. 오늘 밤 꿈에도 지금까지 보았던 화려한 동화 속나라의 꿈을 꾸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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