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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May 08. 2024

말라카의 baboon카페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말레이시아

말라카의 중심부 china town을 걷다 보니 여행 책에서 본듯한 카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baboon카페는 정글 카페라고 여행책에 기록이 되어있어서 호기심에 문을 두드려본다.

카페는 이용할 수 있다고 쓰여있는데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카페 입구에서 어떻게 들어가는지 몰라 당황한 카페는 처음이었다. 자세히 보니 초인종을 한번 누르고 기다리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런~ 카페가 집 들어가듯이 초인종 누르고 들어가다니 신기하다. 초인종을 누르니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나와 길을 안내한다

발을 들여놓은 순간 어둠침침한 공간이 나오고 가족사진들과 거실처럼 꾸민 로비가 나와 잠시 멈칫거렸다 아마 옛 집의 형태를 그대로 두고 카페를 만든 모양이다. 들어갈 때부터 긴장이 느껴졌다. 어떤 모습의 카페일까? 처음은 항상 불안과 설렘을 동반하니 말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어둠과는 대조적으로 카운터와 뻥 뚫린 천장에서 내려오는 정글이 나오며 1인용 식탁으로 안내한다. 이곳은 아마 마당쯤 된 공간이었을까? 그곳에 열대 식물들을 키우고 마치 정글처럼 꾸며놓은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명암의 차이란 이런 것일까? 어두운 로비의 공간을 지나 갑자기 밝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카페를 더 신비롭게 하였다.

카페에 들어오기도 힘든 나에게 주문도 어려워 도움을 받아 주문한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QR코드를 찍은 후 사이트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하면 여행이나 이런 레스토랑 가는 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카페는 수제버거 맛집으로 유명하여 버거를 주문한다. 주문서를 보니 팁이 2링깃 추가되어 적혀 나온다.

버거는 맛이 있었으며 음료포함 30링깃을 낼만한 가치가 있었다. 2인 식탁도 한쪽 벽면에 배치를 하고 여러 명 일 때는 식물사이에 군데군데 의자를 배치해 놓아서 이곳이 도심의 한 복판이라는 것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게 하였다. 도심의 숲 속이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한국도 요즘 한옥집을 그대로 이용하여 카페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카페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것은 예스러운 선조들의 물건 중 카운터 옆에 붙은 물고기 그림이었다. 내가 최근에 배운 젠탱글의 문양으로 그려져 깜짝 놀랐다. 요즘 그림을 배우며 관심을 가진 것은  이런 도형문형으로 사물을 접목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옛날 누군가는 이미 완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기법의 그림과 힘차게 획을 그은 글씨에 저절로 감탄한 순간이다. baboon 카페는 조상들의 그림과 유산을 그대로 전시하며 카페로 적절히 활용해 후손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카페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화장실로 가는 길도 숲 속을 산책하며 걷는 기분이다. 차와 빌딩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버무려지는 밖의 세상과는 달리, 숲 속 정원의 길을 걷는 동안 기분은 저절로 힐링하게 만든다.



카페를 나와 강변 근처의 카페 거리를 걸었다. 크루즈를 타며 보았던 예쁜 카페들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방콕에서는 느끼지 못한 겨울비, 너무 뜨겁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 비 오는 강가의 모습도 아름답다. 사납게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치 떼쓰며 앙탈 부리는 아이를 받아들이는 엄마처럼 강물은 조용히 몸을 내주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간단한 샐러드와 커피를 마시며 쏟아지는 비를 보는 것은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요 속의 기쁨이다. 한동안 비멍을 하다 비가 멈출 것 같지 않아 그랩을 타고 숙소로 향한다.

여행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인 것 같다. 오늘도 혼자의 외로움에 즐거움을 가득 채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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