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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Jun 14. 2024

말라카 세인트폴 성당

골든맘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말라카


<이영림 한의사>

오늘은 느긋하게 유튜브를 본다. 한달살이는 집에서 여유 부리듯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별이 잘 가지 않는 날들이다.


오전에 본 유퀴즈에 나온 1300억 기부한 이영림 한의사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녀가 자신의 전 재산을 경희대학교에 기부한 이유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한 거라고 했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어깨 근육통증을 치료해 준 이란 대사를 통해 이란 왕실에서 근무했단다. '황금손가락'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침으로 의술을 펼치는 것 외에 현지에서 건설업에 투자해 큰돈을 버신 여장부 같으신 분이었다..


그녀의 신념은 참 본받을 만했다.


첫째 그녀의 스승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이다. 스승님과 노벨상을 위한 행보를 이루자는 약속을 전 재산 기부하며 지킨 것이다.


둘째 그녀의 거침없는 추진력이다 마음먹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이란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전혀 알지 못하는 전기분야에 뛰어들어 건설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녀는 본인이 모르면 한국에서 전문인력을 데려다 쓰면 된다는 폭넓은 사고를 가지신 분인 것 같다. 소심한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분야는 손대지 않는 거였는데 그녀의 생각은 혁신적이고 한 발 앞서간 것 같다.


셋째는 자기의 힘든 노력을 한국을 위한 발전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머리가 좋으니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을 사랑하며 행동하는 이런 분들은 시간에 끌려간 것이 아닌 자기 앞의 삶을 개척한 진정한 사람이 아닐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며 재산을 기부한 그녀의 얼굴에 존경을 표한다.


지도를 살펴보니 숙소에서  25분 거리에 성당이 있어 오늘은 천천히 걸어가리라 마음먹는다. 서울에서는 잘 걷던 걸음이 택시맛을 본 것 때문인지 걷기가 싫고 게을러진다.


<세인트폴 성당>

1521년 포르투갈의 두아르테 코엘료에 의해 지어진 예배당은 세인트폴 언덕 위에 있었다. 포르투갈이 말라카를 지배했던 시절에 세워진 이성당은 그 후 네덜란드와 영국에 의해 침공을 받아 그 들 통치 시에는 무덤으로 사용되어 지금은 허물어진 성당의 벽과 안에 12개의 비석만 남아 있었다. 말라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고 산티아고 요새의 꼭대기에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성프란치스코 자비에르 동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그는  동방제국의 사도로 유명한 예수회의 공동창설자이다. 동양에서 주로 선교사의 삶을 산 그는 사후에 그의 유골이 9개월간 이곳 성당에 안치되어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을 보존하고 있었다.


궁금한 것은 왜 오른팔이 잘려있을까? 침략과 찬탈로 얼룩진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을 고뇌에 찬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성직자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지금도 지구상에 많은 전쟁과 재난이 있는데도 평화롭게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괜히 죄스러워지고 소중해진다.



성당 안은 영국의 공격으로 파괴되어 역사의 흔적을 말해 주는 듯 침략과 파괴의 모습을 드러낸 채 지붕이 없이 훤하게 뚫려있다. 내부에는 과거 귀족들의 무덤으로 사용된 비석과 비문들이 뼈대만 남은 건물 안에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현재와 과거의 역사가 흥미롭게 대비된다. 과거의 아픔이 있기에 지금 평화로운 자연과 도시가 슬프게 더 대비되는 것 같다.



위치가 언덕이라 조금 높아서인지 라카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온다. 오늘도 저물어가는 이 도시의 잔잔함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저 멀리 말라카 해협을 바라보며 해협과 도시를 볼 수 있는 360도 회전 관람차 나라 타밍샤리 탑이 보인다.

저물어가는 말라카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거 누군가의 절망과 한숨 위에 새롭게 태어난 말라카의 정경을 눈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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