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댓글 6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보라 퍼플에 흠뻑 빠진 날

에세이 - 퍼플섬

by 청현 김미숙 Apr 11. 2024
아래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상 중 보라색이 제일 뒤에 있는 이유는 뭘까? 과학적으로 보면 빛의 분산 때문에 파장이 길어 잘 보이지 않아 제일 뒤에 있는 거라는데 그래서일까? 보라색을 보면 신비의 세계가 펼쳐진다. 예전엔 보라색 염료를 만들기가 어려워 귀족들만 보라옷을 해 입었다는 의미로 보라색은 귀족스럽고 고귀하게 대접을 받았다.

이유가 어쨌든 나는 보라색이 좋다. 라일락빛 보라도 예쁘고 무수카리도 너무 예쁘다.

11월에 호주에  갔는데 4월의 벚꽃처럼 가로수에 활짝 핀 보라꽃 자카린다 나무도 잊을 수 없다. 파란 하늘 아래 보랏빛 꽃잎이 바람에 날리며 바닥에 쌓여있는 모습은 마치 다른 동화의 세계를 온 듯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는 보랏빛을 찾아 퍼플섬으로 향한다. 보라색 옷을 입으면 입장료가 면제라는 바람에 온몸을 보랏빛으로 장착한 채  보라섬으로 향한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노란빛의 넓게 펼쳐진 유채꽃밭이었지만 조금 지나니 도로부터 보라색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다. 보라색으로 칠해진 지붕도 정겹고 1004의 섬을 형상화한 의자도 구름 낀 바닷가 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브런치 글 이미지 4

푸른 자연 속에 빛나는 보랏빛은 4월의 이른 계절 탓에 보라꽃이 피어있지는 않았지만 삭막한 갯벌 위에 보라색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귀여운 보라 붕붕이를 타고 섬 한 바퀴를 돌자 오래된 섬의 정겨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브런치 글 이미지 6

 어린 왕자는 보라색 옷을 입은 채 앉아있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한 공중전화박스는 달려가 좋은 사람과 통화의 충동을 느끼게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브런치 글 이미지 8


붕붕이를 타고 섬 한 바퀴 돌면서 사람의 관심도 끌 수 없는 먼 남쪽의 조그만 섬이 보라색으로 화장을 하고 섬이 살아나는 걸 지켜보니 흐뭇해진다. 마을 사람들도 남녀노소 모두 보라옷을 입고 보라 그릇으로 식탁을 차린다니 생활 속의 보라가 된 것 같다. 반월섬과 박지도를  연결해 주는 퍼플교로 인해 섬사람들도 쉽게 육지를 오갈걸 생각하니 마음이 풍성해진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브런치 글 이미지 10

 한때는 라벤더 보라색에 반해 옥상에 있는 모든 화분과 테이블을 보라색으로 칠해 나만의 정원을 가꾼 적이 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보라색 위에 소복이 쌓여있는 하얀 눈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경탄한 적도 있었다. 겨울이라 꽃은 없었지만 보라색 화분이 하얀 눈 속에 꽃처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마 이 퍼플섬도 눈 내리는 날 더 멋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오늘은  나 자신을 온통 보라색으로 감싸고 그 향기에 흠뻑 취한 날,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모래사장 위에 보랏빛 우산을 남기며 기억 속에 꾹 저장해 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1
브런치 글 이미지 12
작가의 이전글 왜 벌과 나비는 꽃에 유혹당할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