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휴대폰 벨 소리를 잘 듣지 못해 전화를 잘 받지 못했다. 벨 음량은 중간이어서 들릴 법도 한데 소리를 키워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아들은 벨소리가 너무 크다고 잔소리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아들이 하는 말이 정확히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를 반복하는 나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건강검진을 하고서야 내 청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때는 양쪽 손을 번쩍번쩍 들었는데 한쪽이 잘 안 들려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으로 안 들리는 거란다. 안과에 가면 늙어서 눈물도 나고 안 보이는 거라고 하고, 정형외과 가면 늙어서 관절이 닳았다고 하고, 병원을 나오며 화창한 날씨에 화풀이해 본다.
우울한 마음에 퇴근 후 돌아온 아들에게 검사결과를 이야기하니 들려주는 달콤한 말 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앞으로는 큰 소리로 말할게요 그냥 소리 다 크게 하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도 오 마이갓이다.
우리 아들이 언제 저렇게 몸도 크고 마음도 컸을까? 감동의 말에 눈가가 촉촉해지며 마음이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