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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Apr 17. 2024

와~해방이다. 공짜 좋아~ 제주로 Go!

에세이

항상 백수로 살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뭘까? 그건 아마 내가 정해논 시간의 틀에 얽매여 또다시 구속하는 삶이 아니었을까? 정해진 약속의 틀을 벗어나면 희한하게 머리도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모든 약속도 없이 오로지 나하고 만나는 시간이 좋다.

작년 12월 사라지는 항공 마일리지가 안타까워 제주도 비행기를 예약했다. 지금까지는 마일리지를 신경 안 써서 날아가버렸는데, 마일리지가 많아 이것저것 사다가 남아서 제주를 비즈니스석으로  티켓을 끊어놓았다.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비즈니스석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지만 공짜니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예전에 팔라완 대한항공 개항 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어 비즈니스 석으로 간 적이 있다. 나를 제외한 가족은 이코노미석이고 나는 비즈니스석 의자에 누어서 긴 시간을 편안하게 간 적이 있다. 그때의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았다. 공짜는 항상 즐겁다.

김포에 느긋하게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니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올걸.. 김포 라운지라 그런지 다과와 음료만 준비되어 있다. 아, 이것도 공짜이니  얼마나 좋은가? 잘 먹지 않던 과자와 카스텔라를 집어 들고 주스도 종류별로 따라 조용한 분위기의 라운지를 즐긴다.

좀 더 일찍 오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탑승에 줄을 선다.

90살 넘은 엄마와 여행할 때가 생각난다. 연세가 드셔서인지 먼저 탑승우선권을 얻을 수 있어서 엄마가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심지어 필리핀에 도착했을 때 남모르는 사람이  외국인 대기 긴 줄 말고 다른 쪽으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처음에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그들은 노인 경로가 깍듯해서 연로하신 분 피곤할까 봐  vip통로를 안내한 것이었다. 노인과 스승에게 존경의 표시로 손등키스를 하는 그들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때를 제외하곤 항상 뒤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먼저 탑승하니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 기내 의자 공간은 널찍하고 사람이 별로 타지 않아 공기마저 쾌적한 듯하다.

기분 좋게 내린 후 트렁크를 찾으러 가니 내 낡은 트렁크가 Priority를 달고 제일 먼저 나온다. 내 트렁크가 대우받는 것은 처음 이어서 나처럼 놀랐을 것 같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돈. 돈을 외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똑같이 가는데 도착만 하면 되지 하는 서민의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어쨌든 공짜의 기분을 만끽한 채 잠시 모든 걸 잊고 오로시 제주바다와 바람을  흠뻑 마실 생각하니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계획? 무계획이 나의 제주시간을 즐기는 방법이다. 차바퀴 굴러가는 대로 멈추고 쉬면서 나의 시간을 제주에 풀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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