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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May 12. 2024

길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에세이

늦은 시간에 고속버스에서 내렸다. 요즘은 교통혼잡 때문에 예상 시간보다 지체되어 피곤하다.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한 남성아 천 원짜리를 흔들며 안성, 안성하며 다가온다. 직감으로 외국인이 승차권을 못 끊는구나 하고 도와준다. 그는 잔돈이 남으니 나보고 가져가라 한다.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하여 그의 티켓과 함께 동전을 손에 쥐어준다. 이번엔 입구 통과를 하지 못해 초록색 표시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늦은 시간에 그가 안성까지 무사히 갈까 걱정되어 지도로 찾아보니 지하철을 갈아타야 되었다. 다시 그에게 돌아가 지하철을 함께 타고 그가 내려야 할 곳과 몇 정거장 가야 하는지 설명하며 내 지도를 그의 카메라로 찍어주었다.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는 그를 보며 외국에서 내가 만난 좋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방콕에서 석양 맛집이라고 알려진 레스토랑을 찾는데  구글맵으로 같은 골목길을 3번이나 빙글거리며 찾지 못했다. 결국 어떤 상점에 들어가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주긴 하는데 좀 자신이 없었다. 알려준길을 따라 골목을 들어서는데 상점에서 본 여자가 맨발로 오토바이를 타고 와 뒤에 타라고 한다.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했지만 맨발로 뛰어나온 그녀의 호의로 뒤에 타 무사히 레스토랑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출입구가 레스토랑처럼 보이지 않고 가정집처럼 보여 지나쳤던 곳이다. 너무 고마워 뭐라도 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즐겁게 지내라 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휭 떠난다. 나도 길 모르는 사람에게 저렇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부끄러워진다. 외국에 갈 때 한국적인 조그만 물건을 가지고 갔으면 선물로 주었을 텐데 그녀의 고마움에 저절로 마음이 뭉클해진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니 탁 트인 강과 더불어 멋진 정경이 펼쳐져 그곳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도 도움을 준 그녀와 더불어 석양의 멋진 정경이 배경회면처럼 남아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에서의 일이다. 중국 대학교에 볼일이 있어 갔는데 대학교가 너무 넓어 찾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가던 길 멈추고 20분 정도 서로 핸드폰으로 찾아서 그 근처에 데려다주었다. 미안하여 말로 알려주고 가라 했는데도 그 근처까지 데려다준 학생들이 너무 고마웠다. 일을 마치고 나니 어둑해져 대학교 나서기 전 화장실을 찾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한 여학생이 따라오라며 길을 안내한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볼일을 보고 천천히 나오는데 밖에 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놀라 왜 가지 않았는지 물으니 길이 어두워 못 찾을 것 같아 기다렸다고 답한다. 아, 이런 학생들이 있는 한 중국은 앞으로 더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길러내고 양반 같은 기풍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겠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중국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해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도로가 휴지하나 없이 깔끔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더 친절하게 다가온다.



요즘 서울이나 관광지에서 쉽게 만나는 외국인들, 그들이 느끼는 한국의 친절도는 얼마일까? 가끔 버스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어린아이들에게 영어회화 연습해 보라고 자꾸 아이에게 낯모르는 외국인과 말 시키는 어른도 있어서 때론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많이 좋아졌으리라 믿는다. 한 외국인은 강사로 수업시간에 들어와 학생들에게 질문하면 학생들이 대답대신 삐식 웃어서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대답을 모르거나 수줍어서 웃는 건데 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비웃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외국인도 있다.  외국인이 다가오면 괜스레 웃고 도망가는 학생이 아니라 그곳까지 안내는 하지 않아도 침착하게 아는 범위 내에서 도와주면 얼마나 그들에게도 힘이 될까? 외국인도 한국말을 모르듯이 한국인이 모두 다 외국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알아듣는 범위에서 손동작(body language)이라도 친절하게 도움을 주어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도움은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잊혀지지 않는 좋은 기억의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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