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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May 15. 2024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에세이-24년 스승의 날

지금은 많이 달라진 학교의 풍경이겠지만 아직도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불러주던 스승의 은혜의 노래를 잊을 수 없다. 5월 15일이 되면 괜스레 학교 가기가 쑥스러워지는 것은 나만 이었을까?

학교 창문마다 현광판처럼 종이로 크게 써 부친 '선생님, 감사합니다, 의 글을 보는 것도 부끄러웠고 교문에서부터 긴 줄을 서서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쳐주며 마치 영화배우들이 레드카펫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이어져 걸어가는 발걸음조차 부자연스러울 때도 있었다. 후문이라도 있으면 뒤로 조용히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교단에서는 당당하게 섰는데 학생들의 박수를 받는 내 발걸음은 왜 이리 뒤뚱거릴까? 한편으론 이런 노래를 받을 자격이 있나 민망하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도 된다. 수업시간, 시간마다 불러주는 스승의 노래, 한편으론 학생들이 수업을 조금만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수업시간을 메꾸려는 분위기도 감지하지만 노래를 들었으니 오늘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고 폭탄 선언하면 이곳저곳에서 한숨과 원망의 비난소리도 들려온다. 참 예쁜 아이들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디어가 통통 튀며 재기 발랄한 아이들이어서 그들의 신선한 창의력에 놀란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스승의 날이 오면 촛불로 온 교실에 하트를 그리며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 부끄러워서 학급 조회시간에 전달을 하러 학급에 들어가지 않고 교무실을 빙빙 돌면 반장이 찾아와 끌고 가던 옛 생각도 난다. 준비하느라 얼마나 애썼을까 생각하며 고마움과 더불어 교사인 나도 매점에서 학생들을 위해 지갑을 푼 날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농사진 학생이 삶아온 고구마를 호일에 싸서 건네주는 학생들도 있었고 교무실 출근하자마자 예쁜 편지와 더불어 몰래 책상 위에 음료수를 놓고 가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나에겐 자식과 같았다. 모든 아이들은 공부하면 된다라는 사명을 가지고 아이들을 너무 다급하게 재촉한 초창기의 잘못된 열정 과다시기도 있었다. 고3 담임을 할 때는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 밤 11시에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인생이 모두 대학교에 있는 것처럼 고단한 1년을 보낸 후 합격여부에 따라 학생이나 교사들이 함께 울고 웃는 가족 같은 정든 시기였다. 졸업식이 끝나면 연극이 끝난 후의 허탈과 공허감이 밀려왔다.


교사시절을 회상해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교사생활 중 제일 자부심을 가진 것은 공부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학생들을 평등하게 대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부가 부족하면 다른 장점을 가진 아이들이기에 그런 장점들을 많이 이야기해 준 것 같다. 교사생활을 하며 오히려 학생들을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퇴임식에 담임도 아닌데도 학급마다 정성스레 준비해 준 학생들의 퇴임식도 잊을 수 없다. 정성스레 써준 편지들과 복도에 늘어서 플랭카드를 들고 기다려준 학생들, 수업시간에 가르쳐준 제시카의 Goodbye를 부르며 케이크촛불을 켜준 아이들도 한 편의 영화처럼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교실풍경이 많이 달라졌나 보다. 스승의 날과 부처님 탄생일이 공휴일이어서 지금은 사제지간의 이런  풍경은 어렵지만 요즘은 스승의 날을 맞이해 5월 15일 이전에 행사들을 추진하여 교사들이 모은 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학생들은 고마운 선생님들에게 편지를 쓰고 학교에서도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상품을 주는 등 아직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교사들이 희망을 가지는 것은 때 묻지 않은 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과 생활하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떤 직업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교단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스승의 날을 맞이해 묵묵히 교단에 서계시는 선생님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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