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아가페 정원의 아름다운 소식에 이 정원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요양원과 같이 함께 붙어있어서 출입문이 닫혀 있었다. 그러나 2021년 3월 전라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이후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고 익산 종교체험 프로그램에도 포함되어 너무 기뻤다. 주말에는 2주 전에 전화로 미리 예약(063-843-7294)해서 방문하고 이제 평일은 문이 활짝 개방된 곳이다.
아가페 정원은 1970년에 서정수 신부가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노인 복지시설 아가페정양원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요양원에 들어올 수 없고 그들을 위해 시설 내에 다양한 꽃과 나무들을 잘 자라게 하여 어려운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시설 내에 정원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잘 자라 이제는 계절마다 다른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자연친화적인 수목 정원이다.
마침 퇴직하신 원장선생님이 꽃을 가꾸시다 오늘은 해설사로 정원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정원 곳곳에 묻어있는 그녀의 손길과 해설을 따라 상사화 꽃길, 벚꽃쉼터, 영산홍터널, 공작단풍나무 그리고 향나무 산책길, 꽝꽝나무 산책길을 따라 아름다운 정원길을 걷는다. 군데군데 쉴 수 있는 벤치도 보인다.
특히 메타세쿼이아가 있는 길은 아가페 정원의 하이라이트인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를 울타리용으로 심었는데 어느새 쭉쭉 뻗어 아름다운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그 앞에는 빨간 양귀비꽃과 하얀 샤스타데이지가 바람에 한들거리며 꽃들의 잔치를 펼치고 있었다. 울타리용이어서 두세 겹으로 심어 메타세쿼이아 길의 공간이 좁지만 이 길을 걸으니 신비의 숲길을 걷는 것처럼 마음이 청량해진다. 해설사는 해설에 그치지 않고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메타세쿼이아 앞에서 포즈를 취하라며 사진도 일일이 찍어주신다. 꽃을 가꾸는 사람의 예쁜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사진 찍는 솜씨도 대단하여 그녀가 찍어준 사진 만으로도 즐거움과 아가페 정원의 아름다움을 다 저장한듯하다.
이 길을 지나 유럽식으로 꾸며진 포멀가든에 도착한다. 천사의 날개가 설치되어 포멀가든을 배경으로 찍을 수 있게 포토존도 마련되고 5월이 되면 장미로 가득 찬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식물들을 돌보며 가꾼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입장료를 받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이 넓은 정원의 유지비도 많을 텐데 무료로 개방하다니 원래 신부님의 나눔의 정신이었을까? 이런 분들이 계셔서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고요함과 숲 속의 신비를 가지고 있는 아가페 정원,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니 이제 자주 와 봐야겠다. 특히 가을철 공작이 날개를 편 듯 둥글게 무리 지어있던 붉은 공작단풍나무과 당단풍의 화려한 모습이 너무 궁금하다. 뜻하지 않은 종교체험 프로그램에서 향긋한 꽃들의 향기와 초록의 싱그러움을 머릿속에 넣을 수 있어서 행복하였다.